두산 민병헌이 16일 잠실구장 관중석에서 두산과 삼성의 플레이오프 1차전을 무거운 표정으로 관전하고 있다. 잠실=특별취재반 |
16일 프로야구 두산과 삼성의 플레이오프 1차전이 열린 잠실구장 중앙 관중석에서 발만 동동구르고 있던 그는 다름아닌 두산의 외야수 민병헌(21)이었다. 올해 초까지 ‘김경문의 황태자’라 불리며 성공가도를 달리던 그는 이번 플레이오프에 초대받지 못했다. 시즌 막판 당한 손가락 골절상 때문이었다.
강한 어깨와 빠른 발을 앞세워 지난해 데뷔 2년 만에 두산의 주전 우익수로 자리잡았던 그는 지난해 12월 대만에서 열린 베이징올림픽 아시아 예선 대표팀에 뽑히며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그러나 올해 초 새로 구입한 차를 일주일 만에 도난당하면서 액땜을 하는가 싶더니 김경문 감독의 ‘1번 타자 내정’에도 불구하고 시즌 초반 부담감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4월 한달 가량 1할대 타율로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이후 허벅지 타박상과 손등 골절까지 겹치면서 민병헌은 1번 타자는 커녕 1군도 지키지 못했다.
절치부심한 민병헌은 지난달 중순 1군에 복귀, 포스트시즌 히든카드로 기대를 모았으나 26일 잠실 삼성전에서 7회 대주자로 나섰다가 1루에 슬라이딩하면서 오른손 엄지가 부러지는 부상을 당하고 말았다.
민병헌은 골절만 아니면 부상을 숨기고 뛰기 위해 아픈 엄지를 계속 움직이며 운동했다. 그러나 다음 날 손가락은 까딱도 할 수 없을 만큼 퉁퉁 부어 올랐고 완전 골절로 전치 6주라는 진단을 받았다. 그것으로 자신의 두 번째 포스트시즌 꿈은 완전히 날아가 버렸다.
청바지 차림에 모자를 푹 눌러쓰고 1차전을 관전한 민병헌은 “나도 저기 있어야 하는데”라고 한숨을 내쉬면서 “심부름만 아니었어도 안 왔다”고 했다. 상심이 커 부상 이후 한 번도 잠실구장에 나오지 않다가 병원에서 발목 보호대를 받아다 달라는 트레이너의 요청때문에 할 수 없이 구장에 나왔다가 경기까지 보게 됐다는 것이었다. 민병헌은 “관중석에서 보니까 선수들이 긴장한 것이 다 보인다. 나도 작년에 저랬나 보다”라면서 “두산이 4승2패로 한국시리즈에 올라갈 것”이라고 자신했다.
스포츠월드 김동환 기자 hwany@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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