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여개의 CCTV가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문을 열고 또 열고 또 열어야 도착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아무나 쉽게 들어갈 수도 없고, 직원들도 옷을 힘차게 털어내야 나갈 수 있다. 보안과 관리가 철저한 이곳은 한국금거래소의 골드바 생산 시설이다.
금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니 비슷한 색깔만 봐도 금인가 싶다. 금테크에 나도 뛰어들어야 하나 싶어서 그런지 생전 관심 없던 골드바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여러 형태의 고금이 다시 골드바로 태어나는 현장을 찾아가봤다.
한국금거래소의 골드바 생산 시설에서 고금은 순도 99.99% 골드바로 재탄생된다. 금의 순수함을 유지하기 위해 14K나 18K는 입장 불가다. 선별된 금을 모아 섭씨 1200도가 넘는 고온에 녹인 뒤 주조 틀에 부어 식히면 순도 99.99% 골드바가 된다. 하지만 우리가 아는 일반적인 골드바가 되려면 더 많은 과정이 필요하다. 골드바를 다시 커다란 롤러 사이에 넣어 정해진 형태로 변형하는 압연을 거쳐야 한다. 이때 1돈(3.75g)은 더 얇게, 100g은 보다 두껍게 편다. 중량에 맞는 모양대로 프레스 기계로 자른 뒤 한국금거래소 표준 금형을 찍어내면 우리가 아는 골드바의 모습이 된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과정을 거쳐야 골드바가 세상에 나올 수 있다. 바로 중량을 맞추는 작업. 0.1g으로도 가격이 달라지기 때문에 규격에 맞춰 정량으로 만들어야 한다. 먼저 중량을 잰 뒤 넘치는 중량을 전용 칼을 이용해 금을 깎아낸다.
한국금거래소에는 SBS 생활의 달인에 ‘골드바 달인’으로 출연한 홍원택 팀장이 있다. 16년 동안 금을 깎아온 홍 팀장은 0.14g이라는 소수점 둘째 자리까지 단번에 깎아낸다. 한두 번이면 중량을 맞추는 노하우에 골드바 생산 과정의 회전율도 올라간다.
금을 깎는 과정에서 떨어진 금가루는 줍지 않는다. 그렇다면 0.01g이라도 아까운 금을 어떻게 모을까. 공장의 바닥은 카펫으로 되어 있는데, 일정 기간마다 카펫을 회수해 녹여 태운다. 이 과정에서 남은 금을 모아 회수하고 골드바로 다시 제작한다.
생산 과정을 통해 탄생한 골드바가 모여있는 금고도 방문했다. 한국금거래소에서 판매하는 골드바 종류는 매우 다양한데, 1㎏ 골드바부터 부담이 적은 0.2g, 0.5g 골드바, 코인 등이 있다. 가장 눈에 들어온 것은 ‘순금 여행 티켓 골드바 0.2g’이었다. MZ세대를 겨냥한 귀여운 패키징에 가격도 5만원이라 부담이 적어 구매욕구가 들었다.
순도 99.99%의 1㎏ 골드바도 만져봤다. 생각보다 무겁게 느껴져 실버바 1㎏과 비교해봤는데 여전히 골드바가 더 무겁게 느껴졌다. 이유는 ‘비중’에 있다. 비중은 기준이 되는 물질의 밀도에 대한 상대적인 비를 나타내는데, 같은 부피를 기준으로 비중이 높으면 더 무겁다고 느낀다. 기준인 물의 비중이 1일 때 금은 19.3, 은은 10.49라 금이 더 무겁게 느껴지는 것이다.
또 신기한 경험을 했다. 순금 골드바 두 개를 붙여 세로로 세워도 떨어지지 않는다. 잡아 늘이기 쉬운 성질을 뜻하는 연성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순금 골드바에 모조품을 붙이면 바로 떨어지기에 이 과정으로 진품 여부도 가릴 수도 있다.
금을 구경하다 보니 자연스레 드는 구매욕구에 한국금거래소 관계자는 금을 얼마나 가지고 있을까 궁금해졌다. 한국금거래소 관계자는 “이 업계에 오래 있었던 탓에 금의 이전 시세가 자꾸 떠올라 오른 가격에 구매하기 어렵다. 아쉬운 마음”이라며 호탕하게 웃었다. 이어 “한국금거래소는 금을 팔기도 하지만, 매입도 해 자원 선순환의 구조로 운영된다. 금값이 오르고, 인기가 이어지는 만큼 금·은 직거래 서비스를 담은 앱 출시, 업계 최초 재활용 고순도 금 인증 등 금 시장 활성화를 위해 노력 중이다”라고 말했다.
최서진 기자 west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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