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 집중분석] 선동렬 삼성 감독 전격퇴진의 배경

자진 사퇴 아닌 해임…야구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선동렬 삼성 라이온즈 감독이 전격 경질됐다. 야구계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는 평가다.

구단에서는 선동렬 감독이 용퇴했다고 발표했지만 자진 사퇴가 아닌 해임이다. 일신상의 이유로 자진 사퇴하면 남은 계약기간중 연봉을 주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구단에서 계약을 어기고 먼저 사퇴를 권유했기 때문에 남은 4년간의 연봉을 모두 지급해야 한다. 선동렬 전감독은 2009시즌을 마친 후 삼성과 계약기간 5년에 계약금 8억원, 연봉 3억8000만원 등 총액 27억원에 계약했다. 선 전감독은 향후 4년간 다른 구단과 계약하지 않을 경우 남은 15억2000만원을 받을 수 있다. 그렇다면 삼성이 선동렬 감독을 전격 경질한 내막은 무엇일까? 삼성그룹과 구단, 야구계 등의 분석을 종합해 보면 크게 3가지로 살펴볼 수 있다.

▲ ‘새 술은 새 부대에’=삼성은 김응룡 사장과 김재하 부사장을 퇴진시키면서 선동렬 감독도 같이 내보낸다는 ‘동반 퇴진’의 형식을 취했다. 그러나 시각을 넓게 보면 3세인 이재용 부회장을 전면 배치하는 등 젊은 CEO를 대거 기용한 삼성그룹의 전면적인 쇄신작업과 관련이 있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특히 김응룡 사장과 김재하 부사장은 스포츠계에서 대표적인 ‘이학수 부회장 라인’으로 꼽혔다. 이른바 ‘이재용 라인’으로 통하는 김인 사장이 부임하면서 김응룡 사장, 김재하 부사장이 옹립했던 선동렬 감독까지 바꿨다.

여기에는 우승에 목말라 하다가 지난 2002년과 2005∼2006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거머쥐면서 ‘배가 부른’ 삼성이 ‘김응룡+선동렬’의 10년을 바꾼다는 의미도 있다. 2000년부터 2004년까지 감독이었던 김응룡 감독과 2005년부터 2010년까지 지휘봉을 잡았던 선동렬 감독은 20세기 삼성의 ‘주적’이었던 해태의 감독과 에이스로서 삼성의 우승에 최대 걸림돌이었다. 삼성은 그들의 우승 노하우를 최대한 활용한 뒤 내다 버리는 ‘토사구팽’의 원리를 실천한 셈이다.

▲ ‘백업은 대구지역의 정서’=삼성이 이렇듯 과감하게 선동렬 감독을 퇴진시킬 수 있었던 데는 대구지역의 정서가 크게 작용했다. 선동렬 감독은 취임 이후 좋은 성적을 내왔음에도 불구하고 구단 홈페이지 등에서 끊임없이 공격을 당해왔다. 선동렬 감독이 추구한 ‘지키는 야구’가 재미없다, 대구 출신중에도 인재가 많은데 왜 적이었던 선동렬을 감독으로 앉히느냐, 왜 프랜차이즈 스타인 양준혁을 주전으로 기용하지 않느냐 등 다양한 이유에서 였다. 여기에는 ‘지역색’도 크게 작용했다. 퇴임한 삼성 구단 고위관계자는 대구지역의 지인이나 유력인사들을 만날 때마다 “우리 대구 출신, 대구 야구명문고 출신으로 능력있는 사람이 많은데 왜 광주 출신 감독을 앉혀놓고 있느냐”는 질문과 비난을 수도 없이 들었다고 한다.

▲ ‘예고된 경질?’=선동렬 감독의 깜짝 경질은 사실상 지난 14일 김인 신임 삼성 라이온즈 사장의 취임식때부터 예고됐다고 볼 수 있다. 김인 사장은 경산볼파크 5층 대강당에서 약 30여분에 걸친 장시간의 취임사를 통해 새로운 구단 운영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특히 김인 사장의 취임사 곳곳에는 김응룡 사장-김재하 단장-선동렬 감독으로 이어지는 기존 삼성 야구의 시스템과 스타일에 대한 불만이 배어있었다. 김사장은 당시 “야구뿐 아니라 어느 스포츠단이나 우승이 절대적 가치다. 우승을 해야 비로소 명문팀이라 할 수 있다”며 삼성 특유의 초일류주의 시각에서 2010시즌 삼성의 허무한 한국시리즈 4연패를 아쉬워하면서 삼성그룹 주요기업을 거친 전문경영인 출신으로 자신의 소신과 철학대로 구단을 움직이겠다는 의도를 나타냈다.

▲ ‘10년전 회귀’의 첫 걸음인가=결국 야구계에서는 합리성을 추구하면서도 때로는 가장 불합리하고, 비인간적인 삼성의 경영 스타일이 가장 깨끗해야할 스포츠계, 그 중에서도 가장 인기가 높은 프로야구에 투영됐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무섭다”, “허무하다”는 말이 그래서 나왔다. 선동렬 감독의 전격 퇴진에는 삼성그룹 내부의 권력이동, 프로야구의 원초적 숙명인 지역주의, 그리고 그 두가지에 추진력을 얻은 새 구단 경영진의 구단 장악 의도가 담겨있다.

한 야구 프런트는 이와 관련, “삼성은 다른 구단과 달리 구단운영과 현장의 이원화가 이미 시스템으로 굳게 뿌리를 내린 것이 아니었느냐“고 반문하면서 삼성의 이번 결정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 20세기에 삼성은 프런트가 현장을 장악하고, 간섭하면서 갖가지 트러블이 양산됐고, 결국 구단 발전을 저해하고, 줄서기가 일상화되면서 ‘이류구단’으로 전락한 바 있따. 삼성이 과연 10년전으로 돌아가는 것인지 안타깝게 지켜볼 따름이다. 

이준성·이원만 기자 osae@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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