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 감독에서 전격적으로 물러난 선동렬(47) 전 감독의 목소리는 의외로 담담했다. 전격 퇴진이라는, 자신의 야구인생에서는 거의 없었던 충격적인 일을 당한 날 30일 낮 12시께 보도자료가 각 언론사에 뿌려진 직후 휴대전화가 연결되지 않았던 선동렬 감독은 어느 정도 마음을 다스린 듯 몇시간 뒤 전화를 받았다.
선동렬 감독은 “사실 전날(29일)까지 아무런 내용도 알 지 못했다. 구단으로부터 오늘 오전에 삼성생명 본사 사무실로 오라는 전갈을 받고 간 뒤 감독을 교체할 테니 구단 운영위원을 맡아달라는 내용을 통보받았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는 이수빈 구단주, 김인 사장, 송삼봉 단장 등 그룹 수뇌부가 모두 참석해 선동렬 감독에게 퇴진을 통보했다. 선동렬 감독은 “구단에서는 김응룡 사장과 김재하 단장이 물러난 이달 중순부터 이미 감독 교체에 관한 작업에 들어갔고, 그룹 차원에서도 재결을 받았다고 했다”며 “그 자리에서 더 이상 어떤 말을 할 수 있었겠느냐”고 상황을 설명했다.
선감독은 복잡한 심경을 전하면서도 “구단에 대해 섭섭한 감정을 가질 수도 있겠지만 나를 전폭적으로 지원해주었던 김응룡 사장과 김재하 부사장, 두 분이 모두 물러났으니 나도 물러나야 하지 않겠느냐”고 담담한 목소리 톤을 유지했고, “헤어지는 마당에 (구단과)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떠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잠시 쉬라는 계기가 주어진 것 같은데, 재충전도 하고, 지난 날도 반성해 보겠다”고 덧붙였다.
선감독은 또 “앞으로 다시 기회가 주어지기를 기다리겠다. 언젠가는 다시 현장에 복귀하면 더 좋은 모습을 팬들에게 보여드리겠다”고 향후 현장 사령탑 복귀에 대한 의지도 나타냈다. 어떤 위기 상황, 어려운 일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침착해지는 선동렬 감독 특유의 외유내강형 기질이 ‘사실상 경질’이라는 충격적인 일을 당한 날에도 고스란히 드러나는 발언 뿐이었다. 선감독은 당분간 가족들과 함께 여행을 떠나는 등 바람을 쐬면서 심란한 마음을 가라앉힐 계획이다.
이준성 기자 osae@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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