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1일, 22일 방송된 SBS 특별기획 ‘송포유’는 가수 이승철과 엄정화가 각각 성지고등학교와 서울도시과학기술고(이하 과기고) 학생들의 음악 마스터를 맡아 합창단을 조직하는 내용의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의 취지는 이렇다. 오는 9월 세계 합창대회를 앞두고 100일간의 멘토링과 연습을 통해 입시 경쟁, 학교폭력, 왕따, 무기력, 무관심 등으로 고통받는 청소년들을 성장시킨다는 것이다. 신선한 프로그램 포맷이었고 음지에 있는 청소년들을 양지에 끌어올릴 수 있다는 ‘착한 예능’의 본보기가 될 것 같았다.
담당 프로듀서 서혜진 PD 역시 “‘송포유’에는 그 어떤 드라마도 보여줄 수 없는 리얼리티 드라마가 있다”며 “올 추석 연휴 안방극장에 뜨거운 가족애를 보여줄 진정한 휴먼 스토리를 보여 드릴 것”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낸바 있다.
참가자 학생들은 인터뷰에서 “고등학교 1학년 때 폭행으로 전치 8주인가 상처를 입혔다”고 말하는가 하면, 또 다른 학생은 “전 학교에서 퇴학당했는데 그 때 애들 땅에 묻고 그랬다”고 말하는 등 과거 학교 폭력 가해경험을 솔직하게 털어놨고 ‘송포유’는 이를 여과없이 내보냈다.
방송 후 실제로 피해를 당한 학생들의 경험담도 올라오고 있다. 한 네티즌은 “저를 괴롭혔던 학생이 합창단으로 선발되어 프로그램에 출연했어요”라며 가해자 학생에게 입은 피해를 써내려갔다. 이 피해 학생은 “그 학생을 다른 이미지로 포장한다는 게 어이없네요. 방송보다가 울었어요”라고 분한 심정을 전하기도 했다.
이에 시청자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우선 ‘송포유’를 지지하는 네티즌들은 “죄는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어린 학생들이 다시 잘 못된 선택을 하지 않도록 어른들의 관심이 필요하다” “한때는 가해자였지만, 지금은 청소년기로 교정을 받는다고 봐야 옳다고 사료됩니다” “전체가 가해자 학생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 일부 잘못된 과거를 지닌 참가자들은 용서를 빌어야겠지만 다른 참가자들까지 피해를 입어선 안된다”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반면 또다른 네티즌들은 “치유가 필요한 쪽은 학교 폭력 피해자들인데 가해자들을 먼저 치유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학교폭력 피해자의 부모다. 이런 프로그램이 나오는 것은 피해 학생들의 2차 피해는 전혀 생각하지 않은 것이다. 보는 내내 감동은 커녕 화가 났다” “더 이상 피해자들이 상처받지 않게 제대로 편집을 해달라. 지금 출연하는 아이들도 피해를 당한 아이들도 모두 상처를 받고 있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서혜진 PD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학생들 인터뷰 취지는 ‘어떻게 해서 이 학교에 오게 됐나’하는 팩트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거기에 대고 ‘피해자에 대해 사과해’라고 말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 그렇게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은 굉장히 교조주의적이고 구시대적 발상”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서 PD는 “이 아이들은 이미 소년원에 갔다 왔고 보호관찰을 받는 아이들로, 이미 죗값을 치른 아이들에게 대체 어디까지 뭘 어떻게 하라는 것이냐”고 덧붙였다. ‘방송을 본 피해 학생들의 2차 피해’에 대한 지적에도 “아이들이 100일 동안 스스로를 돌아보는 과정을 담은 것이다. 3회까지 프로그램을 다 보고 이야기하면 좋겠다”고 밝혔다. 오는 26일 3부작 마지막 방송이 공개될 예정이다.
최정아 기자 cccjjjaaa@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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