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두산의 정재훈이 16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플레이오프 1차전 홈 경기에서 힘찬 투구를 하고 있다. |
등번호 41번 투수 정재훈은 두산 팬에게는 기쁨과 슬픔을 동시에 안겨준 선수다. 2005년부터 팀의 주전 마무리로 활약했지만, 때때로 어이없이 무너지면서 블론세이브를 기록해 ‘불재훈’이라는 안좋은 칭호도 얻었다. 올해도 초반에는 마무리로 출발했지만, 시즌 중반에는 중간계투로 투입되는가 하면 때로는 선발로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그런 보직 이동은 그에 대한 김경문 두산 감독의 믿음이 약해졌다기 보다는 팀 사정상 정재훈에게 여러 역할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정재훈은 올시즌에도 방어율 3.23, 3승3패 18세이브를 기록하는 활약을 했다. 그리고 그런 과정을 거치며 정재훈의 주특기인 포크볼의 특성상 긴박한 마무리 상황보다는 여유있는 선발에 어울린다는 쪽으로 서서히 가닥이 잡혀갔다.
결국 이번 포스트시즌을 준비하며 김경문 감독은 정재훈의 보직을 중간이나 마무리보다는 선발쪽으로 굳히면서 3, 4차전 쯤 선발로 내심 생각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정재훈의 투입시기는 생각보다 일찍 찾아왔다.
16일 프로야구 삼성과의 플레이오프 1차전에 먼저 4점을 내준 두산이 4회 3점을 뽑으며 1점차로 쫓아간 5회초 수비. 김경문 감독은 1사 후 정재훈을 호출했다. 이제부터 경기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되므로 선발급 중간 계투요원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리고 정재훈은 2와 3분의 2이닝 동안 1피안타 2탈삼진 무실점의 완벽에 가까운 투구로 삼성 타선을 봉쇄했다. 결국 정재훈의 호투에 힘을 얻은 팀은 5회말 동점을 만든 뒤 7회 대거 3점을 뽑아 역전에 성공했다. 감독의 판단과 기대에 100% 부흥한 피칭을 한 정재훈은 당당히 플레이오프 1차전의 승리투수가 됐다. 2003년 데뷔 후 6년만에 맛보는 감격의 포스트시즌 첫 승리였다.
플레이오프 1차전 승리로 포스트시즌 첫 승을 기록한 정재훈은 “언제든 나간다는 마음으로 준비하고 있었다. 오늘 컨디션은 시즌 중 세 손가락안에 뽑을 만큼 정말 좋았다. 직구, 변화구 가릴 것 없이 마음먹은 대로 들어갔다”고 말했다. 이어 “포스트시즌 첫 승이라는 것은 몰랐다. 그 보다도 오늘 극적으로 역전승을 거둬 더욱 기쁘다. 오늘의 분위기가 한국시리즈까지 이어질 듯 하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잠실=스포츠월드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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