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엑스파일­나는 믿는다’ 시들어 버린 첫사랑을 다시 만난 듯, 실망감

 
피천득의 수필집에 첫 사랑 아사꼬에 대해 쓴 글이 있다. 타계한 대 문호는 글에서 첫 사랑 아사꼬를 평생 세 번 만났다고 고백했다. 첫 번째와 두 번째는 자신의 사랑이 아름답게 변한 것에 대해 찬사를 보냈지만, 마지막 만남에서 그는 불행한 결혼생활에 짓눌린 아사꼬를 보고 “세 번째는 아니 만났으면 좋았을 것을”이라며 진한 안타까움을 표현했다.

 최근 영화 ‘엑스파일-나는 믿는다’(이하 엑스파일)가 언론에 공개됐다. 드라마 ‘엑스파일’의 팬들이 영화를 본다면 아마 피천득이 마지막으로 첫 사랑을 봤을 때의 느낌이 들지 않을까 싶다. 드라마 ‘엑스파일’의 백미는 과학으로도 설명할 수 없는 초자연적 사건을 해결하는 데 있다. 어떤 논리로도 설명이 안되는 현상을 추적하는 FBI요원 멀더와 스컬리를 보면서 시청자들은 호기심과 기대감을 가지고 드라마를 시청한 추억이 있다. 하지만, 불행히도 영화는 그런 드라마의 묘미를 전혀 살리지 못했다.

 영화에서 나오는 초자연적 현상은 행방 불명된 FBI 요원을 찾기하기 위해 미래를 보는 영매가 등장한다는 정도. 카톨릭 신부인 영매는 미래를 보는 힘을 지녔지만 아이들을 능욕한 어두운 과거를 가지고 있다. 감독은 이런 한 인간의 상반된 면을 부각시켜 영화에 색다른 매력을 불어 넣었다. 그러나  과거 때문에 고민하는 신부의 심리묘사는 탁월하지만 거기에 비중을 너무 둔 나머지 정작 관객들이 궁금해하는 것을 설명하는데는 부족한 듯 싶다. 영화 막판에 등장하는 머리를 다른 신체에 이식하는 러시아인들이 왜 그런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는 건지 어떻게 미국에서 활동하게 됐는지 영화 전반을 통해서 관객들에게 그 이유가 명쾌하게 전달되지 않는다. 영화는 초반 현직 대통령인 부시를 비추며 ‘엑스파일’ 특유의 고유한 음악을 넣어 ‘외계인이 정치를 한다’라는 듯한 정치적 유머는 신선하지만, 악의 축을 러시아인으로 설정한 점이나 훈련을 거듭한 FBI요원이 러시아 이민자에게 총까지 들고 있는 상태에서 속수무책으로 당한다 장면 등은 영화의 이해도를 떨어뜨린다. 14일 개봉.

스포츠월드 황인성 기자 enter@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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