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플러스①]힘내라! 한국영화… 스크린쿼터 축소, 2차시장 몰락… 충무로 2중고

한국영화 현주소와 전망
국내 영화 시장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휩쓸리고 있다.

최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지난 주말 국내 극장가는 ‘인디아나존스:크리스탈 해골의 왕국’ ‘라스베가스에서 생길 수 있는 일’, ‘나니아 연대기:캐스피언 왕자’, ‘아이언맨’ 등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대작들이 휩쓸었다. 현재 국내 극장가에는 이들 할리우드 영화들이 47.9%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는 반면, 국내 작품들은 39.7%의 저조한 점유율을 기록 중이다.

현재 흥행 성적 상위 10위권에 든 유일한 한국영화는 신구, 김향기 주연의 ‘방울토마토’뿐이다. 지난 4월30일 개봉과 함께 ‘아이언맨’과 맞붙었던 ‘비스티 보이즈’와 ‘가루지기’뿐 아니라 지난 8일 개봉된 ‘서울이 보이냐’도 흥행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인디아나존스:크리스탈 해골의 왕국’은 개봉 첫 주부터 1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는 인기 열풍을 일으키고 있어 눈길을 끈다. 여기에 이달 초부터 애니메이션계의 블록버스터 ‘쿵푸팬더’를 시작(6월5일 개봉)으로 ‘인크레더블 헐크’(6월12일 개봉), ‘원티드’(6월26일), ‘핸콕’(7월2일) 등 할리우드 대작들이 화려한 볼거리를 앞세워 잇따라 개봉을 기다리고 있어 이 같은 강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극장가에 불고 있는 할리우드 대작 열풍에 대해 국내 영화계는 우려와 기대가 엇갈리는 시선을 동시에 보내고 있다. 우선, 비디오와 DVD 등 2차 영화 시장이 거의 몰락한데다가 스크린 쿼터제마저 없어진 상황인데 국내 영화 극장 점유율마저 이처럼 급격히 떨어지고 있어 우려스럽다는 것. 배급사인 쇼박스의 한 관계자는 “할리우드 대작들이 지금처럼 과도한 점유율을 보이면 관객들의 눈높이도 여기에 맞춰져 한국영화를 찾는 관객들이 줄어들까 우려스럽다”며 “심각한 상황인 것 같다”고 전했다.

반면 지난 3월과 4월 극장가를 찾는 관객수가 줄어들었는데 이번에 관객들이 대거 영화관에 몰리고 있기 때문에 영화계의 불황이 다소나마 해소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또다른 영화 배급사 관계자는 “할리우드 대작들 때문에 많은 관객들이 영화관을 찾고 있다”며 “이를 잘 흡수하기만 하면 국내 영화 흥행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기에 국내 영화 제작 여건이 열악해진 것이 한국 영화의 위기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는 것 역시 사실이다. 최근 칸 국제영화제 필름 마켓에서 만난 한 영화계 관계자는 “비디오와 DVD 등 2차 영화 시장이 완전히 무너진 상태에서 영화관에서의 흥행에만 기대야 하기 때문에 국내 영화 제작자들이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곳이 한정돼 있다”며 “스크린쿼터제가 철폐된 상황에서 국가가 나서 2차 영화 시장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바야흐로 올 여름 극장가는 한국영화의 생존실험장이 되고 있어 그 귀추가 주목된다.

한준호 기자 tongil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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