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뉴스①]춘향아~ 올 봄엔 널 만나러 가련다

‘춘향전’ 촬영지 테마파크 조성
흥부가·변강쇠타령 등 숱한전설
지리산의 봄엔 이야기 꽃 활짝
춘향전의 무대인 남원 광한루원에 신록이 물들고 있다. 정원문화 가운데서도 백미로 꼽히는 광한루원은 청백리의 표상이었던 황희정승이 남원에 머물 때 축조한 것이다.
[스포츠월드]  봄볕이 지리산 자락에도 찾아들고 있다. 해발 450m 고원에 펼쳐진 전북 남원시 운봉뜰에는 파종준비가 한창이다. 실상사에는 벚꽃과 앵두꽃이 만발했다. 인월장터에는 쑥이나 냉이 같은 봄나물이 난전을 차지했다. 남원은 이야기의 고장이다. 그 중에서도 지리산 북부를 아우르는 운봉·인월·산내가 각별하다.

균형미 넘치는 실상사 석등.
 인월은 흥부전의 무대로 흥부가 태어난 마을이 있다. 인월에서 산내면으로 가는 길은 변강쇠타령의 전설이 서려 있다. 실상사의 철불과 귀신까지 혼절시킬 만큼 소리를 잘했다는 송흥록 등이 모두 이곳을 무대로 한다. 광한루원에는 벌써 수양버들이 늘어지기 시작했다. 여느 곳보다 빨리 신록의 계절이 당도한 것이다. 최근에는 요천 건너에 춘향테마파크까지 개장하면서 둘러볼 곳도 많아졌다. 춘향테마파크는 임권택 감독이 만든 영화 ‘춘향전’의 촬영세트가 있던 곳. 이곳에 소설 속의 장면들을 실물크기의 인형으로 재현해 놨다. 한바퀴 돌고나면 소설 한 권을 다 읽은 셈이다.

판소리의 줌시조로 알려진 가왕 송흥록의 생가.
 남원에서 24번 국도를 따라 백두대간이 지나는 여원재를 넘으면 운봉뜰이다. 운봉뜰의 끝에 자리한 비전마을은 ‘가왕’ 송흥록(178∼1863)의 생가가 있다. 송흥록은 소리 하나로 정3품까지 오른 판소리의 중시조다.

고수의 장단에 맞춰 소리를 하는 송흥록의 동상이 서 있는 생가에서 몇 걸음 보태면 ‘국악의 성지’다. 소리의 고장 남원의 상징물로 지난해 10월 개장했다. 남원시립국악단이 상주하면서 단체나 청소년을 대상으로 판소리와 퓨전국악을 들려준다.

인월면 성산리 입구에 세워진 흥부네 가족상.
비전마을에서 한걸음 더 지리산을 향해가면 인월이다. 인월은 흥부전의 무대가 됐던 곳. 인월에서 경남 함양으로 넘어가는 경계에 자리한 성산리가 흥부가 태어난 마을이다. 마을 입구에는 흥부 내외와 칠남매를 새긴 동상이 있다. 성산리는 마을 복판에 작은 호수가 있다. 이 호수에 ‘興夫閣’(흥부각)이란 정자가 있다.

흥부마을은 인월 말고 아영면에도 있다. 철쭉으로 유명한 봉화산 자락에 자리한 성리는 제비가 물어다 준 박씨로 인해 흥부가 부자가 된 발복지다.

산내면은 지리산의 속살이다. 천왕봉∼반야봉∼노고단∼바래봉으로 이어진 산들이 삼면을 둘러치고 북쪽으로도 1000m를 헤아리는 산들이 감쌌다. 오직 인월에서 드는 길과 함양군 마천으로 빠져나가는 협곡만 트여 있다. 지리산이 감싼 항아리 같은 곳에 실상사를 정점으로 한 너른 들이 펼쳐졌다. 

산내면 대정리 백장암계곡은 변강쇠타령의 전설이 스민 곳이다. 성을 매개로 양반사회를 풍자한 변강쇠타령은 강원도에서 천하배필을 만난 변강쇠와 옹녀가 살 곳을 찾아 지리산의 품으로 든다. 두 사람은 이곳에 도달해 백장바위에서 질펀한 사랑을 나눴다. 이 전설은 남녀의 성기 모양을 한 음양바위나 바위를 긁어 국을 끓여먹으면 부부 금슬이 좋아진다는 근연바위 등과 어울려 한결 그럴싸해진다. 길가에는 변강쇠와 옹녀가 사랑을 나누는 모습을 형상화한 조각품과 장승이 서 있는 변강쇠백장공원이 있다.

한반도의 기가 일본으로 흘러가는 것을 막기 위해 세웠다는 전설이 있는 실상사의 철불.
산내면의 아늑한 들판에는 실상사가 있다. 산자락에 기대어 있는 여느 사찰과 달리 논과 밭 가운데 절이 자리했다. 널린 게 보물인 이 절에서도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철제여래좌상(보물 41호)이다. 이 철불은 천왕봉을 정면으로 바라보게 좌정해 있는데, 풍수동네에서는 천왕봉 너머 일직선 방향에 후지산이 있어 한반도의 기가 일본으로 흐르는 것을 끊기 위해 철불을 앉혔다고 주장한다. 이같은 주장은 보광전 안에 있는 범종에 그려진 일본 열도 모양의 지도가 뒷받침한다. 스님들은 예불을 올릴 때마다 종에 그려진 일본열도를 힘껏 때린다.

철불은 또 손길이 닿으면 복을 준다는 전설이 있다. 부처의 손을 잡고 복을 빌던 무수한 중생들의 염원이 느껴진다.

지리산(남원)=글·사진 김산환 기자 isan@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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