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운명 가르는 부동산 정책] 부동산시장 안정·내집마련 꿈… 주거사다리 복원 동시에

수도권 주담대 6억원 제한
서울 동남권 매매수급지수↓
아파트 매매값 상승률 둔화
3기 신도시 공급 확대 속도
주거복지청 신설도 검토 중

새 정부 출범과 동시에 서울을 중심으로 아파트 가격이 들썩이기 시작하자 곳곳에서 위기감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 집권 시절이던 참여정부 때 이후로 민주당 계열이 정권을 잡으면 아파트 값이 오른다는 속설 때문이었다. 부동산 가격 폭등은 내집 마련의 꿈을 멀어지게 하고 이는 곧바로 민심의 이반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나온 우려감이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후보 때부터 4기 신도시, 노후계획도시 정비, GTX 노선 확장을 제시하며 균형발전을 강조했다. 공급 위주 정책인데 당선 후 출범과 동시에 수요 억제책부터 처방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이재명 정부의 첫 부동산 정책인 6·27 대출 규제가 대표적이다. 이를 시작으로 시장 과열을 진정시키는 한편, 국정기획위원회를 중심으로 중산층·저소득층을 겨냥한 맞춤형 공급 확대 방안도 준비 중이다.

 

6.27 대출 규제는 수도권과 규제지역을 대상으로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하고 다주택자에 대한 주담대를 전면 금지하는 내용이었다. 전세자금대출도 소유권 이전 전에는 사실상 차단했고 해당 조치는 발표 다음 날부터 즉각 시행됐다.

 

발표 직후 서울 동남권 매매수급지수는 111.2에서 108.8로 하락했고,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도 0.43%에서 0.40%로 둔화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와 관련 “이번 조치는 시작에 불과하다”며 “부동산 투기수요를 억제하고 금융시장으로 자금을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정부는 공급 확대 계획도 동시에 추진한다. 정부는 3기 신도시 조기 착공을 비롯해 군부대·도심 유휴부지의 고밀도 복합개발 등 중장기 공급 로드맵을 준비 중이다.

 

국정기획위는 이재명 정부 5년간의 주거정책 방향을 ‘공공성과 안정성’ 중심으로 설계하고 있다. 기획위는 ▲공공임대주택 확대 ▲월세 세액공제 대상자 확대 ▲핀셋형 금융지원 강화 등 저소득층·무주택 실수요자를 위한 지원책을 중점 과제로 논의 중이다. 이른바 ‘주거 사다리 복원’을 통해 시장 중심 구조에서 배제된 계층을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이겠다는 취지다.

 

또한 국토교통부 외청으로 ‘주거복지청’ 신설도 검토되고 있다. 기존 국토부의 주택·도시 기능을 별도 조직으로 분리해, 주거복지 전담 기구로 개편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춘석 국정기획위 경제2분과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정부 5년간 주택공급 확대와 주거복지 정책에 집중할 것”이라며 “근본적이고 중장기적인 방향에서 국정과제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같은 구상은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과도 일치한다. 그는 후보 시절 “국민이 부담 가능한 고품질 공공임대주택을 확대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정부는 후속 대책으로 ▲DSR에 전세대출 포함 ▲규제지역 확대 ▲LTV 추가 축소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등 다양한 수요억제책을 검토 중이다. 세제 조정은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으나, 시장 과열이 지속될 경우 보유세·양도세 조정도 논의될 수 있다.

 

하지만 정작 이를 집행할 국토부 수장은 아직 공석이다. 이재명 정부는 19개 부처 중 17곳에 장관을 임명했지만, 핵심 부처인 국토부 수장은 아직 발표하지 않았다. 인선에 신중할 수밖에 없을 만큼 중요한 자리이기 때문이다.

 

현재 후보로는 김세용 고려대 교수, 민주당 정일영·손명수 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 박상우 현 장관의 유임설은 본인 고사로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이전 정부들과 달리 이재명 정부는 규제와 복지를 함께 묶는 이중 전략을 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관전 포인트는 시장 안정과 내집마련의 꿈을 실현시켜줄 주거 사다리 복원이 동시에 이뤄질 수 있을지의 여부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대출 규제로 단기 과열된 시장 수요를 억제해놨고 중장기적으로는 공급 정책과 지역 균형 발전 통한 수요 분산으로 갈 수밖에 없다”며 “이런 측면에서 앞으로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희원 기자 happy1@segye.com



정희원 기자 happy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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