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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론강변을 따라 늘어선 18세기에 지어진 화려한 건물들. 이 건물들은 와인 양조기술의 발전과 함께 큰돈을 벌기 시작한 와인 도매상들이 세운 것이다. |
보르도는 18세기 초 와인기술의 발전과 함께 번성하기 시작했다. 이전까지 보르도 사람들은 와인을 저장하는 방법을 몰랐다. 와인은 생산과 동시에 소비해야 했다. 그러나 네덜란드 상인들이 오크통에 와인을 저장하는 방법을 전해주면서 보르도의 양조기술은 비약적으로 발전한다. 이때부터 보르도는 사시사철 바쁜 항구로 거듭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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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정 무렵의 대극장 앞 광장. 해는 졌지만 하늘은 눈부시게 파랗다. |
네고시앙의 화려한 날들은 1975년 보르도의 항구가 가론강 건너편으로 옮겨가면서 끝이 났다. 물건을 싣고 내리던 하역장은 폐쇄됐다. 그러나 1995년 주페 시장이 부임하면서 시가지는 다시 부활했다. 주페 시장은 방치됐던 강변의 시설을 폭 100m, 길이 4.5㎞의 공원으로 탈바꿈시켰다. 주페 시장은 또 올드 보르도를 오가는 길에 궤도를 따라 달리는 전차도 개통시켰다. 이에 따라 18세기 복고풍의 아름다운 건축물 사이로 현대적인 감각이 물씬한 전차가 오가는 특별한 풍경이 완성됐다. 과거와 미래의 조화로운 공존, 이것이 유네스코가 2006년 보르도를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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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르도의 중심에 자리한 대극장이 날이 저물자 노란색 조명에 물들고 있다. |
보르도의 아름다움은 올드 보르도에서 한껏 빛을 발한다. 이곳은 18세기 무역항으로 성장하기 전 성곽으로 둘러싸여 있던 중세의 요새다. 그러나 무역항으로 활성화되면서 성곽은 허물어지고 그 자리에 역시 네고시앙의 집들이 늘어섰다. 그러나 요새 안의 미로처럼 얽힌 골목과 집들은 아직도 건재하다.
가론강에서 성벽 가운데 유일하게 남아 있는 ‘포르트 카이유’를 통해 들어서면 얽히고 설킨 골목이 펼쳐진다. 골목의 바닥에는 주먹만한 잔돌이 촘촘히 박혀 있다. 골목은 차 한 대 지나기 벅찰 만큼 비좁다. 그 골목을 따라 레스토랑이 이어진다. 사람들은 중세의 골목을 요리조리 거닐며 과거의 향수에 취한다.
올드 보르도의 매력은 늦은 저녁부터 한껏 농익기 시작한다. 북위 45도의 보르도는 여름이면 오후 10시는 돼야 어둑어둑해진다. 사람들은 저녁햇살이 오렌지빛으로 타오르는 오후 8시쯤 레스토랑으로 향한다. 올드 보르도의 골목은 레스토랑마다 펴놓은 테이블로 골목 전체가 야외 카페로 변신한다. 그 테이블에 앉아 동행과 와인을 마시며 정담을 나누거나 골목을 지나는 사람들을 무심한 눈길로 흘려보내는 일은 행복하다. 보르도의 여름밤은 그렇게 깊어간다.
보르도(프랑스)=글·사진 스포츠월드 김산환 기자 isan@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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