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플러스③]아름다운 성자의 마을 생테밀리옹

8세기경에 형성된 마을… 10㎞의 와인저장 동굴
지중해풍 중세 그대로

모놀리스 교회 종탑에서 내려다본 생테밀리옹. 광장을 중심으로 집들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다.
보르도에서 북동쪽으로 40㎞ 떨어진 생테밀리옹(St. Emilion)은 아름다운 와인 마을이다. 와인 마니아라면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뛰는 페트뤼스나 슈발 블랑 같은 샤또의 포도밭이 이 마을 주변에 펼쳐져 있다.

도르도뉴 계곡의 언덕바지에 자리한 생테밀리옹은 8세기경에 형성된 중세 마을이다. 1999년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가 정한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될 만큼 완벽하게 과거의 모습을 보존하고 있다. 하늘을 찌르는 교회의 종탑과 세월에 깎여 곰보처럼 패인 골목의 담벼락, 온종일 맑은 햇살이 내리는 광장, 마을 밖으로 펼쳐진 끝없는 포도밭이 한데 어울려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이 된다. 

모놀리스 교회 안의 회랑을 돌아보는 관광객들.
생테밀리옹의 역사는 수도사 에밀리옹에서 시작됐다. 언제나 가난한 사람들을 보살폈던 그는 어느날 깨달음을 얻어 종교에 귀의한다. 그 후 고난에 찬 순례를 마치고 난 뒤 이곳으로 찾아들었다. 에밀리옹은 마을의 작은 동굴 속에 은둔해 17년을 살다가 하늘로 돌아갔다. 그 후 이 마을은 그의 이름을 따서 생테밀리옹이 됐다. 이 때문에 와인 마니아는 물론 카톨릭 신자들의 성지순례지로도 인기가 높다.

생테밀리옹은 지하동굴로도 유명하다. 이 마을의 지하는 사람이 파서 만든 동굴이 미로처럼 얽혀 있다. 이 동굴의 총 길이는 10㎞에 달한다. 마을의 지하가 골다공증에 걸린 뼈처럼 구멍이 숭숭 뚫려 있는 셈이다. 이 동굴은 적의 침입시 은신처로 이용했다. 또 연중 기온이 14도 내외로 일정하기 때문에 와인 저장고(까브)로 활용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이 동굴을 ‘까브의 기원’으로 부르기도 한다. 

생테밀리옹의 한 와인숍 앞에 놓인 코르크를 이용한 장식품.
생테밀리옹 여행은 모놀리스 교회의 종탑에서 조망하는 즐거움으로 시작한다. 종탑의 담에 기대어 내려다보면 집들이 비탈을 따라 빼곡하게 자리한다. 마치 로마의 원형극장처럼 둥글게 마을이 형성된 가운데 지중해풍의 붉은 기와를 얹은 집들이 들어찼다. 건물들은 하나같이 아이보리색 석회암을 이용해 지었다. 이 때문에 햇살이 강렬한 한낮에는 눈을 뜰 수 없을 만큼 눈부시다. 또 이 석회암은 돌이 물러 침식이 빠르다. 건물의 외벽은 천년 세월 동안 패이고 녹아 곰보처럼 됐다.

해거름이 되면 오렌지빛 햇살이 모놀리스 성당의 종탑에 스민다. 이때 초록으로 열 지어 선 포도밭을 따라 거니는 맛은 결코 잊을 수 없다. 밀레의 그림 ‘만종’에서 느껴지는 평화가 그대로 재현된다. 그 풍경에 들어앉아 있노라면 아름다운 생을 살다간 성자 에밀리옹이 마음의 문을 열고 들어온다.

보르도(프랑스)=스포츠월드 김산환 기자 isan@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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