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아프면 일단 한국행 비행기부터 예약해요. 울란바타르에서 한국까지 비행시간이 길지 않고 한국 의료에 대한 신뢰도 커요. 친한 언니도 최근 아들이 아파 한국에서 치료받겠다며 한국에 가 있어요.”(푸기 씨·45)
방한 몽골인 5명 중 1명이 의료 서비스를 이용하는 시대, 몽골 환자들의 요구는 단순 중증 질환에서 안과, 한방, 성형 등 라이프스타일 전반으로 다변화되고 있다. ‘2026 몽골 한국 의료관광 로드쇼’ 현장에서 만난 환자들의 목소리도 이 같은 변화를 생생히 보여줬다.
◆한국서 쌍둥이 출산한 엄마, 서울대병원 다시 찾았다
울란바타르 상담장에서 만난 자르갈사이항 오윤사이항 씨(Jargalsaikhan Oyunsaikhan)는 서울대병원 부스를 찾았다. 그는 지난 4월 서울대병원에서 쌍둥이 아들을 출산한 뒤 7월 몽골로 돌아왔다.
몽골에서는 난임치료나 고위험 임신·출산처럼 전문적인 진료가 필요한 경우 한국 의료기관을 선택하려는 수요가 적지 않다. 당시 한국 병원을 선택하는 데에는 주변의 경험도 영향을 미쳤다. 지인에게 서울대병원을 추천받았다.
오윤사이항 씨는 “아이의 추가 치료 상담이 필요한 상황이었는데 마침 서울대병원 의료진이 몽골을 방문한다는 소식을 듣고 직접 찾아왔다”고 말했다. 이날 그는 김태훈 서울대병원 소아신경외과 교수와 상담할 수 있었다.
한국 치료 경험이 전혀 없는 소비자도 행사장을 찾았다. 척추 통증을 앓고 있는 오드게렐(Odgerel·40) 씨는 자생한방병원 부스에서 상담했다. 수술에 대한 부담은 있지만 통증을 치료하고 싶어 하던 상황에서 한방 비수술 치료가 가능한지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그는 “한방치료로 가능하다면 한국에서 치료받고 싶다”는 의향을 보였다.
◆“몽골에서 흉터 치료 어렵다”…아이와 상담장 찾은 가족
지방으로 갈수록 한국 의료진에 대한 갈증은 더욱 컸다. 남고비주 달란자드가드 상담장에는 아이의 오래된 화상 흉터를 치료하고 싶다며 픽셀랩성형외과 부스를 찾은 아버지가 눈에 띄었다. 현지 치료가 여의치 않아 고민하던 차에 SNS 공지를 보고 현장을 찾았다. 가족은 몽골에서 화상 흉터 치료가 쉽지 않다고 판단해 한국에서 치료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상담에 나섰다.
의료관광의 출발점이 반드시 ‘한국 병원에 가겠다’는 확정된 계획인 것은 아니다. 현지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질환을 한국에서 치료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단계부터 방한 의료 수요가 형성되고 있었다.
◆70~80㎞ 달려온 가족… “한국 의사가 직접 왔다기에”
생후 2개월 무렵부터 안과 수술이 필요했던 8세 아이를 데리고 행사장에서 70~80㎞ 떨어진 지역에서 찾아온 가족도 있었다. 달란자드가드 상담장에는 8살 촐로네르데네(Chuluunerdene)를 데려온 가족이 찾아왔다. 아이는 안과 수술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그러던 중 한국 의료진이 달란자드가드까지 직접 온다는 소식을 듣고 상담장을 찾았다.
◆“몽골서 먼저 검사, 한국서 재확인”… 달라진 의료관광 트렌드
현지 진단 인프라가 점차 갖춰지면서 한국 의료를 찾는 방식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과거 한국에서 진단부터 치료까지 전 과정을 받으려는 수요가 컸다. 최근에는 현지 병원에서 1차 검진을 마친 뒤 한국 의료진에게 결과를 검증받고 치료 계획을 수립하는 ‘2차 소견’ 수요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현장에서 환자들과 만난 신승열 인하대병원 국제협력실장(응급의학과 교수)도 비슷한 변화를 체감했다. 신 교수는 “이미 몽골 병원에서 검사를 받은 뒤 결과를 가져와 ‘현지 의사가 이렇게 진단했는데 맞느냐’고 다시 확인하려는 환자들이 있었다”며 “검사 장비나 결과의 신뢰성을 묻거나, 검사 결과를 토대로 앞으로 어떤 검사와 치료가 필요한지 설명을 원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수요는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도 나타났다. 달란자드가드 B2C 상담회에서 케이터링을 맡은 나문체체그(Namuuntsetseg)와 남편 오르길바타르(Orgilbaatar) 씨 부부는 행사가 끝난 뒤 서울대병원 부스에서 상담을 받았다. 오르길바타르는 최근 갑상선에 문제가 생겨 한국 병원에서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아보고 싶다고 했다. 부부는 현장에서 진료 가능 여부와 치료 과정 등을 문의하며 한국행을 진지하게 고민했다.
B. 데지드 남고비주 주정부 사회정책과장은 달란자드가드에서 열린 한국 의료·웰니스 관광의 밤 행사에서 “몽골 내 지역에도 CT·MRI 등 검사 장비가 갖춰지고 있는 만큼 현지에서 검사를 받은 뒤 결과를 한국 의료기관에 보내 정확한 질환 여부와 치료 방법, 예상 비용 등을 확인하는 방식의 협력이 필요하다”며 “치료가 필요한 경우 한국 의료기관으로 바로 연계되는 형태로 발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몽골 울란바타르·달란자드가드=정희원 기자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