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S현장] "댕댕이도 뜨끈뜨끈 온천하개"

BS현장
국내 1호 반려견 온천 '복골온천'

여행 비수기 땐 주말에도 만석
원하는 시간에 개별 온천 이용
국내서도 드문 중탄산알카리수
피부가 예민한 강아지도 안심
다리가 닿도록 물 높이도 조절

“강아지도 온천을 얼마나 좋아하는데요. 처음엔 무서워해도 반려인과 꼭 붙어 있으면 어느새 느긋하게 따뜻한 물을 즐기고 있답니다.”

반려견 동반 여행이 떠오르며 견공과 함께할 수 있는 애견 펜션은 쏟아지고 있지만, 함께 노천 온천을 즐길 수 있는 곳은 찾아보기 어렵다. 수영장을 갖춘 곳은 많지만 좋은 물에서 함께 힐링하는 곳은 드물다.

푸들 뽀찌가 온천을 즐기고 있다. 사진=정희원 기자

2019년부터 ‘국내 1호’ 반려견 온천을 운영 중인 복골온천으로 토토(5)와 향했다.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들인 말티푸 광복이(3), 푸들 뽀찌(5)도 여행에 함께했다.

서울에서 3시간을 달려 양양에 이른다. 양양군 강현면에 위치한 복골온천은 설악산을 배경으로 두고 있어 ‘마운틴 뷰’가 아름답다. 1만평 부지에 통나무집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다. 아직 눈이 많이 녹지 않아서 집과 새하얀 눈이 어우러진 모습이 운치있다.

복골온천은 처음에 찜질방으로 시작, 펜션 사업으로 확장된 케이스다. 2009년 펜션화 과정에서 땅 밑에 온천수가 흐르는 것을 확인하고, 온천수 용출작업을 통해 온천장을 선보이게 됐다. 이후에도 끊임없이 변화를 모색하며 이용객을 사람에서 강아지까지 넓힌 것.

온천 후 보송해진 상태로 기분이 좋아진 뽀찌. 사진=정희원 기자

주변을 둘러보니 정말 모두가 강아지를 안고 있다. 강아지들은 공기 좋은 곳에 가족과 함께 와서인지 밝은 표정으로 주변을 탐색한다. 복골온천은 반려견 출입을 처음 허용한 2019년 당시 펫팸족 사이에서 화제가 된 이후로 찾는 고객들이 많다고 한다. ‘강아지와 함께하는 온천’이라는 콘텐츠가 워낙 강력하다 보니 여행 비수기에도 주말에는 방이 꽉 찬다.

김남호 복골온천 대표는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와의 인터뷰를 통해 반려견 대상 온천을 오픈하게 된 것은 일본 여행에서의 경험 덕분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 후쿠오카를 찾았는데 반려견 온천을 운영하고 있더라”며 “저 역시 반려견과 함께 사는데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를 바로 실행으로 옮긴 것.

이어 “반려견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뭐든지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나”라며 “이런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아는 만큼 시도해보게 됐다”라고 덧붙였다.

 

복골온천에서 운영 중인 13개 객실 중 대다수가 독채다. 10여년 전에 문을 연 펜션이다 보니 내부 시설은 오래된 편이다. 세련된 맛은 없지만 그래서 더 정겹다. 방마다 스파, 개별 바비큐 시설이 갖춰져 있다.

객실에 들어서니 강아지를 위한 수건과 배변 패드, 식기 등이 준비돼 있다. 침대도 낮은 것을 사용해 다리가 짧은 토토도 편안하게 오르내릴 수 있었다. 다만 두 사람과 강아지가 함께 자기에는 불편하니, 상황에 따라 침대가 2개 있는 객실을 고르는 것도 한 방법이다.

체크인한 뒤 공터로 간다. 오늘만큼은 흙이나 눈에 지저분해질 걱정 없이 신나게 뛰어놀 수 있다. 토토도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 새로 만난 강아지들과 반갑게 인사한다. 즐겁게 뛰어노는 강아지들을 보는 것 자체가 힐링이다. 객실 타입에 따라 숙소 앞마당에서 놀 수도 있다.

광복이(왼쪽)와 토토가 가족과 함께 온천하고 있다. 사진=정희원 기자
토토와 뽀찌가 함께 온천욕을 즐기고 있다. 사진=정희원 기자

에너지를 발산한 후에는 온천으로 피로를 풀 시간이다. 눈치 보지 않고 여유로운 온천욕이 가능한 개별 온천탕은 반려견 동반 여행자들에게 큰 메리트다. 온천탕을 이용하려면 원하는 시간에 욕조의 수도꼭지만 틀면 된다.

수질도 훌륭하다. 이곳에서는 중탄산나트륨 성분인 중탄산알카리 온천수가 용출된다. 국내에서 드문 물이다. 전문기관에 성분 검사를 의뢰한 결과 음이온(pH)의 수치는 9.25 수준으로 국내 유명 온천과 비슷한 성적이었다고 한다. 33도 적정 온도로 온천하기 좋다. 혈액순환, 피부미용, 근육 이완, 관절염 완화에 도움을 주고 피부가 예민한 강아지들도 안심하고 온천을 즐길 수 있다.

다만 강아지들은 사람보다 체온이 낮아서 사람보다 물에 대한 적응이 늦은 편이다. 복골온천 관계자는 “처음에는 강아지를 안아서 천천히 온천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며 “입욕은 15~20분 정도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강아지들은 다리가 닿으면 안심하는 모양이니 너무 깊지 않게 물을 받는 것도 좋겠다. 이후 보송하게 드라이까지 마치면 온천 완료다. 기분 탓일까, 피부와 털의 윤기가 한층 좋아진 느낌이다.

토토가 온천에 들어가 주변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정희원 기자
토토와 광복이가 함께 온천하며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사진=정희원 기자

이왕 감성을 더하고 싶다면 불멍에 도전해보자. 일부 객실에는 벽난로가 설치돼 있어 장작불을 피우고 강아지들이 좋아하는 고구마도 구워 먹을 수 있다. 이와 함께 바비큐 파티로 하루의 여정을 마감한다. 신나게 뛰어놀고, 맛있는 음식도 먹고, 온천도 즐긴 강아지들은 이내 쿨쿨 단잠에 빠진다.

좀더 온천여행 감성을 즐기고 싶다면 온천 내 반려견 동반 식당 ‘소풍’을 이용하자. 복골온천수로 만든 편백찜요리가 시그니처다. 편백나무 찜기에 소고기, 닭가슴살, 청경채, 숙주, 단호박, 버섯 등을 쪄낸다. 간을 하지 않아 강아지가 함께 먹어도 좋다. 단, 예약제로 운영된다. 식사 중에는 반려견 유모차나 여행용 가방은 필수다.

복골온천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있는 ‘스누피자’도 강아지와 함께 방문할 수 있는 식당이다. 화덕 피자를 굽는 곳으로 추천 메뉴는 ‘메이플 베이컨’ 피자. 강아지를 위한 메뉴도 준비돼 있다. 강아지와 함께 사는 친절한 사장님이 운영하는 만큼 반려견 동반 여행객에게 많은 배려를 해 준다. 뒷마당에는 뛰어놀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 있다.

양양까지 왔으니 강아지와 바다 산책에 나서보면 어떨까. 체크인을 하기 전 ‘물치해변’에 들르는 것도 추천한다. 널찍한 백사장에서 산책하기에 좋다. 온천에서도 차로 10분 남짓 거리다.

 

양양=글·사진=정희원 기자 happy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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