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어게인3가 남긴 것]① 노래 실력에 놀라고, 인생 스토리에 울고

'싱어게인' 시리즈 롱런 비결은

숨은 고수들에 재기 발판 마련
양질의 무대에 시청자 큰 호응
출연자 사연 공감·감동 자아내

‘몇 번이고 계속 도전해도 괜찮아.’

오디션 프로그램이 난무하는 요즘, ‘싱어게인’ 시리즈가 롱런할 수 있는 것은 프로그램이 가진 의미 덕분이다.

숨어있던 고수들에게는 재기의 발판과 이름을 알릴 기회를, 음악 팬들에게는 새로운 가수의 발견을, 옛 가수의 팬들에게는 추억이 담긴 무대를 다시 보는 기회가 되는 ‘울림이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JTBC ‘싱어게인3-무명가수전’은 최근 홍이삭의 우승과 함께 세 번째 여정의 막을 내렸다.

싱어게인은 가수들에게 특별한 방송이다. 가요 프로그램 등에 출연하는 연예인은 극소수다. 실제로는 인지도가 낮은 가수가 더 많다. 이들은 TV보다는 행사장 등에서 주로 팬들과 만난다. 오디션 프로그램 등에서 좋은 성적을 얻더라도 이후의 행보는 보장할 수 없다. 대한가수협회에 따르면 생활에 치여 협회 등록만 하고 활동하지 않는 가수들도 상당하다.

싱어게인에서는 이 같은 현실을 이야기한 가수들이 많이 나왔다. 간호조무사, 미용사 등 생업을 위해 다른 일을 하는 사례도 쉽게 볼 수 있었다.

이번 시즌의 우승을 거머쥔 홍이삭도 수많은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지만 자신이 없었다고 털어놨다. ‘애매한 상황’을 바꾸고 싶어 싱어게인에 참가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자신을 ‘상한 우유’에 빗대기도 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톱7 중 한명인 강성희도 ‘팀만 유명한 가수’로 프로그램에 나왔다. 그는 처음 “밴드 이름(신촌블루스)은 다들 아는데, 내 이름은 모른다”며 “팀에 기대어 활동을 하고 있지만 이제는 내가 조금 더 알려져서 팀이 나에게 기댈 수 있는 존재가 되고 싶다”는 마음을 내비쳤고, 이를 실현해 나가는 중이다.

싱어게인3 준우승자 소수빈이 참가자들과 기념사진을 올렸다. 소수빈SNS 캡처
이젤의 SNS에 올라온 싱어게인3 톱7 참가자들. 이젤SNS 캡처

싱어게인에서는 숨어있던 고수들이 수면 위로 올라오는 서사를 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차별화다.

이와 관련 공연 퀄리티부터 다르다. 대체로 오디션 프로그램에서는 스타가 되고 싶은 사람들을 발굴하지만, 싱어게인은 이미 갈고 닦여진 프로들의 무대를 한 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 양질의 무대가 고픈 시청자의 니즈를 충분히 충족시켰다.

특히 좋아하는 가수의 무대를 다시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팬들은 행복하다. 무명 가수뿐 아니라 그들의 팬들도 아쉬운 것은 마찬가지다. 남들에게 무명일지라도 팬들은 그들의 얼굴과 이름, 노래를 똑똑히 기억한다. ‘내가 좋아하던 가수가 이렇게 지내고 있었구나’, ‘다시 잘 되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응원할 수 있게 만든 프로그램이다. ‘서로가 존재해야 의미 있는’ 가수와 팬의 관계에 대해서도 돌아볼 수 있었다.

싱어게인3 심사위원단과 윤현준 CP가 제작발표회에서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김두홍 기자

마지막으로 ‘서사가 담긴 인물의 이야기’ 자체다. 재능과 서사를 가진 사람이 다시 재기하는 모습을 보고 희망과 위로를 얻고 싶어한다. 그래서일까, 싱어게인3에서는 가수들의 곡을 들으며 눈물을 훔치는 방청객들의 모습도 많이 담겼다.

이번 시즌의 상징적인 장면 중 하나가 74호 ‘응원을 부르는 가수’ 유정석이 등장해 “한 번 더 나에게 질풍 같은 용기를”이라며 ‘질풍가도’의 첫 소절을 불렀을 때다.

야구장에서 응원곡으로 많이 쓰이지만, 원곡은 애니메이션 ‘쾌걸 근육맨’의 OST다. 유정석은 앞서 누나의 식도암 투병 후 아버지와 누나를 잃고, 어머니의 파킨슨병 진단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근황을 전한 바 있다.

이번 출연에 대해서도 “오랫동안 무대에 서지 못할 때도, 노래를 듣고 힘을 얻었다는 DM과 댓글 덕분에 나올 수 있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건강 문제로 아쉽게 하차해야 했다. 현재도 그를 향한 응원이 이어지는 중이다.

우승자는 정해졌지만, 수많은 가수가 싱어게인을 거치며 다시 한 번 음악을 향한 열정을 불태웠다. 심사를 맡은 김이나가 “일상을 평범하게 살아가면서 누구도 모르게 꿈을 오랫동안 품고 있는 분들이 많다. 그 불씨를 꺼뜨리지 않고 여기까지 와서 한 번의 망설임 없이 끝까지 무대를 완성해주시는 분들이 저는 뭉클하다”는 이야기가 와 닿는다.

 

정희원 기자 happy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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