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와 추신수… 정상에서 조우한 동갑내기 부산사나이

[스포츠월드=권기범 기자] 당당히 만났다. 멀고먼 타국땅 텍사스, 고향 부산에서 함께 자란 동갑내기 친구의 이름이 양 팀 전광판에 새겨졌다. 이대호(34·시애틀)와 추신수(34·텍사스)는 그렇게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6일(한국시각) 미국 텍사스주 알링턴 글로브 라이프파크에서 열린 2016 메이저리그 텍사스와 시애틀의 시즌 2차전, 한국야구사는 물론 서로에게 평생 아로새겨진 기억의 날이었다.

이대호는 시애틀의 8번 1루수, 추신수는 텍사스의 2번 우익수로 선발출전했다. 개막전이던 전날(5일) 시즌 1차전에서 둘의 만남은 화제를 모았지만 선발출전한 추신수와는 달리 이대호는 7회 대타로 한 차례 타석에 섰을 뿐이었다. 이날은 달랐다. 텍사스 선발 좌완 마틴 페레즈를 공략하기 위한 플래툰 기용으로 이대호는 당당히 스타팅멤버에 이름을 올렸고, 추신수와의 정식 맞대결이 성사된 것이다.

사실 둘 모두 웃지는 못했다. 이대호는 2회초 1사 1, 2루서 2루수 병살, 4회초 2사 1루서 중견수 뜬공에 그쳐 이후 교체됐고 추신수는 세 차례 출루(3사사구)에 도루 1개를 기록했지만, 팀이 2-10으로 패했다. 후속타 불발로 단 한 번도 홈을 밟지 못했다.

그래도 이번 맞대결은 한국야구사의 족적이다. 한국인 투타대결은 2004년 최희섭과 김선우 이후 15회나 있었지만 야수가 동시에 선발출전한 것은 처음이다.

특히 개인적인 의미는 더욱 크다. 이대호와 추신수는 초교시절부터 야구로 인연을 맺은 사이다. 추신수의 권유로 이대호가 야구를 시작했고, 둘 모두 지역의 투수천재로 이름을 알렸다. 그리고 서로 다른 길을 걷다 20년 이상의 세월이 흘러 야수로서 최고의 무대에서 조우한 것이다.

이대호는 경남고를 졸업하고 KBO리그 롯데와 일본 프로야구 오릭스와 소프트뱅크를 거쳐 올 겨울 마이너계약으로 메이저리그 도전장을 던졌다. 이후 시범경기에서 팀내 경쟁을 이겨내고 당당히 개막 25인 로스터에 합류했다. 추신수는 부산고를 졸업 후 바로 마이너리그로 건너가 눈물젖은 빵을 먹으며 시애틀, 클리블랜드, 신시내티를 거쳐 2013시즌 후 7년 총액 1억3000만 달러에 텍사스와 초특급 FA 계약을 체결, 정상급 선수로 발돋움했다.

어린 시절 고향친구, 야구로 엮인 종착무대는 같았다. 이제는 메이저리그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거포와 톱타자로 다시 만나 새 인연을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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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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