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별토크] 영화 '5백만불의 사나이' 박진영 "노래는 바이크, 연기는 트럭 타는 기분?"

영화는 100분의 미학…순서대로 찍자했더니 제작진 '멘붕'
공옥진 여사처럼 노래-연기 잘 녹여낸 딴따라 되고파
아티스트 박진영은 음악 하나로만 다룰 수 없을 만큼 스펙트럼이 넓은 캐릭터다. 그래서 그의 이름 앞에는 아티스트가 어울린다. 결국 아티스트 박진영이 영화에도 진출했다. 스스로를 영화를 너무나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한 박진영이 과연 영화에서도 가요계에서와 마찬가지로 그 압도적인 카리스마를 선보일지 기대를 했었다. 하지만 박진영은 늘 똑똑한 신인의 자세를 견지했다. 영화에 대해서는 광범위한 지식과 깊이 있는 취향을 드러냈지만 자신이 연기를 하는 것에는 여전히 어색한 신인임을 솔직히 고백했다. ‘5백만불의 사나이’를 통해 첫 영화 연기에 도전한 박진영을 만났다.

“영화를 좋아했지 꿈은 못 꿨어요. 음악 역시 너무 사랑했지만 가수 할 줄은 몰랐어요. 그저 ‘추노’로 유명한 천성일 작가가 날 두고 대본을 썼다는 연락이 왔어요. 천성일 작가가 제 콘서트를 보고 나를 데리고 영화를 찍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는 거예요. 제 공연이 마치 연기처럼 느껴졌다고 하는 말에 혹 했어요. 정말 제가 가장 듣고 싶었던 말이었거든요. 그 말을 듣고 나니 내가 가장 좋아하고 존경하는 연예인인 공옥진 여사님이 떠오르더라고요. 그 분의 공연이 그래요. 제가 공연을 관람했을 때는 ‘심청전’을 2시간 동안 하시는데 사람들 몇백명의 심장을 갖고 노는 듯한 느낌이었어요. 노래와 연기가 완전히 섞인 그런 무대였죠. 저도 그래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는데 제가 그런 말을 들은 거니까요. 최고의 찬사죠.”

그렇게 2010년 박진영이 자신의 가슴을 설레게 한 제안을 수락하고 몇 개월 후 시나리오를 받아들었다. 영화는 촉망 받는 대기업 엘리트 부장 최영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박진영이 바로 최인영을 연기한다. 최인영은 보스 한상무(조성하)의 명령으로 로비자금 5백만 달러를 배달하러 가던 중 괴한의 습격을 받는다.

알고 보니 친형처럼 따른 한상무가 자신을 제거하고 돈을 빼돌리려 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이 때부터 깡패 필수(오정세)의 물건을 훔쳐 달아나던 불량소녀 미리(민효린)와 동행하면서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시작된다.

“결국 이 작품이 한 마디로 이야기하면 헛똑똑한 친구의 이야기에요. 저도 그랬어요. 세상의 기준으로 그 속에서 막 인정받고 싶었고 그 속에서 최고가 되고 싶었죠. 하지만 그것 때문에 자유를 누리지 못하죠.”

이번 작품에는 조성하를 비롯해 민효린, 조희봉, 오정세가 출연한다. 캐스팅에 관여한 것은 아니지만 박진영은 이들 배우를 자신의 희망 리스트라고 표현했다. 그 만큼 연기를 하게 되면 꼭 함께 하고 싶었던 인물들이었던 것.

“네 명 다 제가 갈구했던 분들이에요. 정말 지금도 그렇지만 너무 좋아서 미칠 것 같아요. 사실 이 작품에서 저를 포함해 모두들 코믹 연기를 하진 않아요. 완전 정극 연기인데 다들 살아남으려고 처절한 몸부림을 보여주는데 그게 웃기는 거죠. 영화 촬영이라는 것도 너무나 소박하고 다들 푸근했어요. 오정세 씨 같은 경우는 성남에서 부모님께서 마트를 하는데 어제 촬영이 없어서 일 좀 봐주고 왔다는 말을 스스럼없이 하는 거예요. 그 말이 어찌나 따뜻하게 느껴지던지요.”

JYP라는 국내 가요계를 삼분한 대형 기획사 수장이면서 스스로 딴따라라 불리길 원하는 아티스트 박진영. 그에게 연기란 무엇일까. 가요계와는 전혀 다른 색다른 인간미에 푹 빠져 있는 듯한 박진영은 솔직하게 자신의 위치를 고백하고 연기에 대한 열정을 가감없이 드러냈다.

“드라마 ‘드림하이’에 출연했던 것과 달리 영화를 하니까 실력이 없으서 훨씬 느끼고 감정 잡고 그런 여유가 있어서 좋았어요. 또 하나는 노래는 4분 동안 이야기를 집중해서 내 자신을 세뇌시켜서 이 가사에 맞게 나를 속이고 그걸 갖고 남을 속이는 건데 연기는 이게 100분으로 늘어나는 거예요. 그런데 100분을 다루는 맛이 있더라고요. 4분이 오토바이 타는 것이라면 100분은 덤프트럭 타는 기분이죠. 아쉬운 건 순서대로 안 찍은 게 당황스러웠어요. 그 개념이 적응이 안돼서 제작사 측에 순서대로 찍을 수 없느냐 했다가 어이없어 하는 제작진의 반응을 목격하기도 했죠.”

영화를 사랑한 박진영은 이제 본격적으로 영화와의 데이트를 준비하고 있었다. 독립영화가 1순위다. 스스로 기발한 아이디어를 지닌 감독과 재밌게 영화를 찍어보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낸 박진영이다. 강형철 감독과 같은 음악적 감각이 뛰어난 영화인과의 작업부터 연기와 노래가 구분이 안되는 공옥진 여사와 같은 딴따라로 여전히 꿈꾸는 그의 모습이 부럽기 그지없었다.

글 한준호, 사진 김재원 기자 tongil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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