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축구협회는 7일 황보관 기술위원장을 앞세워 조 감독에게 경질을 통보한 후, 8일 축구회관에서 기술위원장과 김진국 축구협회 전무가 참석한 가운데 기자회견을 통해 대표팀 사령탑 교체를 공식 발표했다.
그런데 축구협회는 사령탑 교체처럼 중요한 안건에 대해 절차를 지키지 않고 감정적인 대응을 했다. 축구협회가 밝힌 경질의 가장 큰 이유는 성적 부진이지만, 전문가들은 조 감독이 그동안 축구협회와 각종 사안에 대해 대립각을 세웠다는 사실이 가장 큰 경질의 원인이 됐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조 감독이 자신의 경질에 대해 “조기축구 감독도 이런식으로 자르지는 않는다”고 화를 냈던 것도 그런 이유였다.
축구협회의 규정에 따르면 대표팀 사령탑의 선임과 경질은 기술위원회를 통해 결정해야 한다. 하지만 이번 조 감독의 경질은 협회 부회장단과 황보 기술위원장이 모여서 대표팀에 대한 문제점을 토론한 끝에 결정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축구협회는 “기술위원회의 논의를 거쳐 최종 발표를 하려고 했으나 언론에서 먼저 터트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현재 축구협회는 기술위원장만 있을 뿐 기술위원들을 선임하지도 않은 상태다. 거기에 언론 보도가 나오기 전에 이미 조 감독에게는 경질 통보가 이뤄진 상황이었다.
게다가 이번 조 감독의 경질에는 월드컵 중계권을 가지고 있는 방송사를 포함한 스폰서의 주장이 개입된 것으로 밝혀졌다. 브라질월드컵 본선에 진출하지 못할 경우 스폰서가 피해를 볼 수 있어 조 감독의 경질을 줄기차게 요구했고, 협회가 받아들였다는 사실은 8일 기자회견에서 황보 기술위원장도 설명했다. 감독을 포함한 대표팀 운영이외부의 입김으로 좌우되고 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이처럼 대표팀 감독을 비정상적으로 경질하고도 8일 기자회견에서는 가장 큰 책임을 질 조중연 대한축구협회장이 참석하지 않았다. 이날 오전에만 해도 조 회장이 직접 입장 표명을 하게 돼 있었지만, 껄끄러운 자리라는 생각에 책임을 던져버리고 중요한 순간 등을 돌린 것이다. 조 회장은 올해 승부조작 파문이 축구판을 뒤흔들 때에도 해외에 있다는 이유로 뒷짐만 지고 있어 축구계로부터 큰 원성을 산 바 있다.
배진환 기자 jbae@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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