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 공식 결정도 없이 윗선의 뜻에 따라 일방적 해임 통보를 받은 조광래(57) 한국 축구 A대표팀 감독이 8일 언론사 취재진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황당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조 감독은 “지난 7일 만난 황보관 축구협회 기술위원장으로부터 ‘대표팀 감독직을 그만두는 것으로 얘기가 되고 있다. 축구협회 부회장단 등과 의논한 결론이다’는 뜻을 통보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조 감독은 “대표팀 선임과 해임은 기술위의 권한이고 결정사항이다”면서도 “하지만 해임을 두고 기술위가 열린 적이 없는 것으로 알고있다. 기술위가 그동안의 대표팀 경기력을 토대로 면밀한 분석과 토의 끝에 어떠한 결정을 내린다해도 수용할 용의가 있다. 중요한 것은 기술위의 적법한 절차에 의해 일이 진행되고 있는 것인가다”고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지난달 9일 사퇴한 이회택 위원장 후임으로 기술위를 이끌게 된 황보 위원장은 새 기술위를 구성하지조차 못한채 공식 회의를 갖지 못한 상황이다.
조 감독은 “이번 사태는 조광래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향후 어떠한 인물이 대표팀 감독을 맡고 떠나는 일이 있다고 해도 한국축구의 대계를 위해 반드시 정당한 절차와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신념이 있다”며 “외부적 변수에 의해 대표팀 감독직이 좌우되는 일은 있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조 감독은 9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사태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한편, 대한축구협회는 8일 서울시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날 조 감독을 만나 사임을 권유했다. 그동안 대표팀 경기력과 운영을 볼 때 2014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을 거쳐 본선까지 가기 어려울 것 같다는 판단을 내렸다”며 조 감독의 경질을 공식 발표했다. 축구협회는 지난 8월 라이벌 일본전 0-3 참패와 지난달 15일 레바논과의 3차예선 5차전 1-2 패배를 바탕으로 지난 5일 파주NFC(대표팀트레이닝센터)에서 회장단 회의를 열어 조 감독의 해임을 결정했다.
박린 기자 rpark@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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