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리뷰] 영구는 있었다…심형래 감독의 '라스트 갓파더'

'라스트 갓파더'의 한 장면.
영구는 죽지 않았다!

103분간의 러닝타임 내내 객석의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27일 오후 서울 왕십리CGV에서 심형래 감독·주연의 영화 ‘라스트 갓파더’가 언론시사회로 베일을 벗었다. 오랜 시간 어린이들에게 꿈과 환상을 심어준 영구 캐릭터가 할리우드 옷을 입었다. 영구는 그대로지만 배경은 1950년대 미국이고 하비 케이틀, 마이클 리스폴리, 제이슨 미웨스, 조셀린 도나휴 등 할리우드 배우들의 개성있는 연기가 펼쳐져 이색적이다. 시나리오는 ‘토이스토리’ 집필진이 써서 심형래의 아이디어를 잘 짜여진 극으로 완성시켰다. 뛰어나다는 반응은 아니었지만 오랜만에 보는 심형래표 슬랩스틱 코미디에 반갑다는 반응이었다.
'라스트 갓파더'의 포스터.

영화는 1950년대 뉴욕을 본판테 파와 양분하고 있는 마피아 조직 카리니파의 두목 돈 카리니는 조직원들을 집합시켜 숨겨진 아들 영구의 존재를 공개한다. 그리고 곧바로 조직의 모든 것을 영구에게 물려주겠다고 선언한다. 영구는 돈 카리니가 한국에서 도피 생활을 하던 시절 수미라는 여성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 고아원에 맡겨놨다가 이제 자신의 사업을 물려주겠다는 것. 조직 2인자인 토니V에게 조직 운영 수업을 받게 한다. 하지만 영구는 가는 곳마다 사고를 치고 뜻하지 않게 카리니파와 원수나 다름없는 본판테 파 두목의 딸 낸시를 구해주게 된다. 그런 가운데 영구가 사고를 내면서 조직 관리 구역 내에 놀라운 상품 아이디어를 제공하게 되고 영구는 영웅으로 떠오른다. 이를 질시한 본판테파의 비니는 두 조직을 모두 없앨 음모를 꾸민다.

영화를 보는 내내 코미디언 심형래가 활약했던 각종 방송 프로그램들이 묘하게 겹쳐진다. 기발한 아이디어부터 몸 개그까지 끊임없이 웃음을 터뜨리다 보면 날카로운 비판의식이 무장해제 당하는 경험을 하고 만다. 순수함으로 무장한 영구 캐릭터가 펼치는 코미디에는 어느 순간 계산적으로 바뀐 성인들의 각성을 촉구하는 설득력도 담겨 있다. 온 가족이 오랜만에 실컷 웃고 극장을 나설만한 작품을 세련된 포장과 단순하지만 탄탄한 이야기로 풀어냈다. 세련된 영화 기법은 아니어도 이 작품 만큼은 충분히 눈 높이를 낮춰도 될 듯 하다. 29일 개봉한다.

한준호 기자 tongil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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