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물러나야 한다는 명제엔 전혀 반대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아름답게, 최소한 뒷끝은 남기지 않고 물러날 기회가 여러 차례 있었음에도, 이를 모두 거부하다 지금 결단을 내린 것에 대해선 황당하다는 말 밖에 나오질 않는다. 2008 베이징올림픽과 2010남아공월드컵축구 아시아 최종예선을 목전에 둔 시기가 아닌가. 지난 해 7월 핌 베어벡 전 대표팀 감독이 아시안컵 직후 사퇴했을 때, 지난 해 겨울 3개월에 걸친 외국인 사령탑 선임 작업이 모두 ‘물을 먹은 뒤’ 부랴부랴 허정무 현 대표팀 감독을 하룻밤 사이에 선임했을 때 축구계 안팎에선 이를 관장한 기술위원회(이하 기술위) 위원 전원 사퇴에 대한 목소리가 높았다. 그러나 이 위원장은 그 때 마다 “때가 되면…”이라며 머뭇거렸고, 대사를 앞둔 지금 줄행랑치는 모양새를 보이고 말았다.
거수기로 전락한 기술위가 그렇게 큰 죄를 지었느냐고 할 수도 있다. ‘허정무호’가 실망만 안겨 준 상황에서 기술위라도 책임을 져야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올 수 있다. 그러나 기술위는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들의 임무와 권한을 행사하는 데 소홀했다.
이날 기술위가 허 감독에게 지적한 내용을 보면 “공격도 부족하고 조직력도 없고 정신력도 떨어졌고…”란, ‘공자님 말씀’ 뿐이었다. 평가전이나 추가 소집훈련 혹은 이운재 이동국 등의 징계 해제 등 미래를 위한 구체적인 이야기는 이 위원장이 인정한 대로 전혀 없었다.
딕 아드보카트나 핌 베어벡 등 한국 국가대표를 맡았던 외국인 사령탑은 기술위의 분석 자료를 보지 않은 채 자신들의 ‘개인 채널’에 의존했다. 분석 자료에 ‘내용이 없다’는 뜻이다. 국내파 허 감독 역시 최근엔 기술위의 지적에 못마땅한 반응을 보였다. 새로 구성된 차기 기술위는 정확한 분석과 날카로운 조언이 가능한 유능 인사들로 채워지길 바란다. 최소한 ‘이영무표’ 기술위의 재탕이 되어선 안된다.
스포츠월드 김현기 기자
관련 뉴스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