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석]대사 앞두고 줄행랑 치는 기술위

이영무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이 사임을 공식 발표하고 취재진들과 악수한 4일 축구회관 기자실. 악수는 나눴지만 “수고하셨습니다”란 마지막 인사가 참 어렵게 나왔다. 그의 사임이 갑작스럽게 나온 데 따른 당황과 함께 시기적으로도 적절치 못했고, 마지막 일처리까지 허술하기 짝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가 물러나야 한다는 명제엔 전혀 반대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아름답게, 최소한 뒷끝은 남기지 않고 물러날 기회가 여러 차례 있었음에도, 이를 모두 거부하다 지금 결단을 내린 것에 대해선 황당하다는 말 밖에 나오질 않는다. 2008 베이징올림픽과 2010남아공월드컵축구 아시아 최종예선을 목전에 둔 시기가 아닌가. 지난 해 7월 핌 베어벡 전 대표팀 감독이 아시안컵 직후 사퇴했을 때, 지난 해 겨울 3개월에 걸친 외국인 사령탑 선임 작업이 모두 ‘물을 먹은 뒤’ 부랴부랴 허정무 현 대표팀 감독을 하룻밤 사이에 선임했을 때 축구계 안팎에선 이를 관장한 기술위원회(이하 기술위) 위원 전원 사퇴에 대한 목소리가 높았다. 그러나 이 위원장은 그 때 마다 “때가 되면…”이라며 머뭇거렸고, 대사를 앞둔 지금 줄행랑치는 모양새를 보이고 말았다.

거수기로 전락한 기술위가 그렇게 큰 죄를 지었느냐고 할 수도 있다. ‘허정무호’가 실망만 안겨 준 상황에서 기술위라도 책임을 져야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올 수 있다. 그러나 기술위는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들의 임무와 권한을 행사하는 데 소홀했다.

이날 기술위가 허 감독에게 지적한 내용을 보면 “공격도 부족하고 조직력도 없고 정신력도 떨어졌고…”란, ‘공자님 말씀’ 뿐이었다. 평가전이나 추가 소집훈련 혹은 이운재 이동국 등의 징계 해제 등 미래를 위한 구체적인 이야기는 이 위원장이 인정한 대로 전혀 없었다.

딕 아드보카트나 핌 베어벡 등 한국 국가대표를 맡았던 외국인 사령탑은 기술위의 분석 자료를 보지 않은 채 자신들의 ‘개인 채널’에 의존했다. 분석 자료에 ‘내용이 없다’는 뜻이다. 국내파 허 감독 역시 최근엔 기술위의 지적에 못마땅한 반응을 보였다. 새로 구성된 차기 기술위는 정확한 분석과 날카로운 조언이 가능한 유능 인사들로 채워지길 바란다. 최소한 ‘이영무표’ 기술위의 재탕이 되어선 안된다.

스포츠월드 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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