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엿보기] 리마, 한기주 위로 “당당히 고개 들어라”

“기주, 고개 숙이지 말고 당당히 들어라!”

26일 청주 한화전에 앞서 KIA 외국인 투수 호세 리마(36)는 불펜에 있는 의자에 앉아 커다란 헤드폰을 쓰고는 입을 우물거리고 있었다. 짙은 선글라스를 쓰고 있어서 눈빛은 알 수 없었지만, 아쉬울 수 있는 상황이 전날(25일) 있었다.

전날 리마는 선발로 등판, 7과 3분의 1이닝을 던지고 4-2로 앞선 8회 1사 1루에서 마운드를 내려왔다. 아웃카운트 4개만 더 잡으면 시즌 4승째를 거둘 수 있었다. 하지만, 뒤를 이은 마무리 한기주가 2점을 내줘 승리가 날아갔다. 이 가운데 1점은 리마가 내보낸 주자여서 리마의 총 실점은 3점으로 늘었다.

옆에 앉아 리마에게 아쉽지 않는지 묻자 특유의 과장된 몸짓을 섞어가며 “전혀 아쉽지 않다”고 대답했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얼마든지 겪었던 상황이다. 전혀 아쉽지 않다. 어차피 그런 것이 야구 아니겠나”라며 두 손을 휘휘 내저었다. 리마는 “투수는 언제나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어제 한기주는 약간 마음이 흔들렸던 것 같다”면서도 “한기주는 여전히 우리 팀 최고의 마무리 투수다. 방금 전에도 의기소침해 있어서 ‘고개를 들어라!(head up)’라고 격려했다”고 말했다.

리마가 한기주를 감싸안은 것은 또 다른 이유도 있다. 유난히 가족애가 강한 리마가 멀리 떨어진 가족 대신 KIA의 어린 투수들을 친동생처럼 생각하기 때문. 리마는 “고향인 도미니카 공화국은 대가족 문화가 발달해 있다. 나도 어머니와 아내, 5명의 아이들이 함께 살았는데 멀리 떨어져서 못 보니 너무 그립다”면서 “매일 가족과 통화하느라 국제전화비가 3000달러나 나오기도 했다”며 껄껄 웃었다.

그런 리마는 “한기주나 윤석민, 양현종 같은 어린 투수들을 보면 마치 친동생같다. 이들에게 내 경험을 되도록 많이 알려주고 싶다”며 마치 가족같은 동료애를 내비치면서 “그 친구들이 영어만 조금 더 잘했으면 좋았을 텐데”라고 아쉬워했다.

청주=이원만 기자 wman@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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