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 최고의 문예부흥기를 이룬 정조의 일대기를 그린 ‘이산’은 마지막회에서 죽음을 앞두고 환상에서 평생의 연인 송연(한지민)을 만난 후 기적적으로 일어나는 모습과, 병중에도 백성을 위해 일을 손에서 놓으려 하지 않는 정조(이서진)의 모습을 그렸다. 그리고 죽는 장면을 보여주는 대신 암시하는 것으로 결말을 맺었다.
이처럼 ‘이산’에서 그려진 정조는 일과 사랑에서 인간적인 임금이었다. 이PD는 ‘이산’에서 역사적인 왕의 업적에 바탕을 두면서도 인간적인 고뇌와 갈등을 중점적으로 보여줬고, 성장하는 과정을 통해 정조의 삶을 드라마틱하게 그려냈다. 다른 사극의 딱딱한 왕과 달리 ‘이산’의 정조는 인간적인 왕이었다.
이것이 ‘허준’, ‘상도’, ‘대장금’ 등에서 볼 수 있던 이병훈표 사극이 가진 강점이었다. 이PD가 그간 연출한 사극들은 대부분 주인공만 왕에서 평범한 인물로 바뀌었을 뿐 성장스토리를 통해 인간적으로 그려졌다.
하지만 이로인해 이PD는 사극의 대가라는 칭찬과 동시에 자기복제라는 비판을 들어온 것도 사실이다. 특히 ‘이산’의 경우는 기존작품보다 많은 비판을 받았다. 극적 재미를 강조하다보니 왕의 업적을 보여주는 데엔 소홀해지고, 역사왜곡 논란에도 시달린 것이다.
16일 종영 후 이PD는 드라마 게시판에 “너무도 촉박한 제작일정에 쫓기다 보니 허술하게 제작된 부분도 많았고 치밀하지 못하게 드라마가 엮어진 부분도 많았다.”며 “특히 극적인 재미를 강조하다가 고증에 위배되고 때로는 역사를 부분적으로 잘못 전해준 부분도 있었다”고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점은 이번에도 이병훈표 사극이 통했다는 점이다. 이PD의 연출력은 시청자들을 끌어들이는 힘이 있다. 그것이 이병훈표 사극의 힘이고 또 다시 다음 작품이 기다려지는 이유다.
탁진현 기자, 사진제공=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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