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년간 불황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국내 영화계에 올해 칸 국제 영화제는 남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지난해 영화 ‘밀양’에 출연한 배우 전도연이 60회 칸 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올리긴 했지만 올해에는 단 한 작품도 경쟁부문에 진출하지 못했다. 그 와중에 올 상반기 최고의 흥행작인 나홍진 감독의 ‘추격자’와 올 하반기 최고의 기대작인 김지운 감독의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하 ‘놈놈놈’)이 비경쟁부문에 초청을 받아 현지 영화관계자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그렇다면 현지에서 한국 영화의 위상은 어느 정도일까. 지난 17일(현지 시각) ‘추격자’가 상영된 이후, 현지 영화관계자들의 호평을 받은데다가 해외 언론의 인터뷰 요청도 날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상황. 여기에 24일 상영을 앞두고 있는 한국판 웨스턴 ‘놈놈놈’ 역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칸 현지 한국 영화 홍보 부스에서 만난 전양준 부산국제영화제 부집행위원장은 “그동안 칸이 한국영화에 대해 지적이고 스타일리쉬하다는 평가를 내렸다면 이번에 선보이는 두 작품으로 새로운 한국영화의 가능성과 면모를 과시하게 된 셈”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더욱 국내 영화가 칸 영화제를 통해 발전과 진보를 모색하기 위해서는 달리는 말에 채찍을 가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국내 영화 산업은 칸 영화제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인정을 받고 있다. 하지만 국내 영화 시장의 불황이나 그 속에 내재된 여러 문제점들이 칸에서도 드러나고 있는 실정이다. 한 국내 영화계 관계자는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가 한국영화에 대한 칸 영화제 등 세계 영화인들의 시선을 확 바꾸어놓긴 했지만 이후 ‘올드보이’를 능가하는 작품을 선보이지 못하고 있고 오히려 위상이 낮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올해에 경쟁부문에 단 한 작품도 초청을 못받은 것이 대표적이다.
다시 한국 영화의 위상을 드높이기 위해서는 칸 국제영화제와 같은 세계적인 영화제에 출품작을 늘리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여기에 작품성을 내세운 작품과 흥행성을 갖춘 작품이 다양하게 진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현지에서 만난 또다른 국내 영화 관계자는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수상작의 경우 어느 정도의 대중성만 갖추면 500만 달러 이상의 부가가치를 창출해낼 수 있다”며 “칸 영화제에 비경쟁이든 경쟁이든 한 해에 7∼8작품 정도는 출품이 되야 한국 영화의 발전을 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칸(프랑스)=글·사진 한준호 기자
◆관련기사
[뉴스플러스①]“어떠한 채찍질에도 당당하다”
[뉴스플러스③]칸 현지통신
[뉴스플러스④]재치 가득 ‘아날로그 액션’, 백전노장 포드 매력여전
관련 뉴스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