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세상에 미모의 ‘던파 걸’들이 떴다

‘던파걸’ 오디션에 참가한 미녀 4인방이 한 표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김기린아, 민주희, 염분홍, 손윤미.
‘체력 회복 아이템 있었으면… 초보는 사냥 나가도 금방 죽으니까’

‘여성 유저가 점점 많아지는 것 같아요. 던파보이를 만들어 달라니…’

‘던전앤파이터가 e스포츠 종목으로 제대로 대우 받았으면 좋겠어요’

미모와 끼로 똘똘 뭉친 20대 초반 여성 4인방이 온라인 세상에 나타났다. 넥슨 ‘던전앤파이터’(이하 던파)의 홍보대사, 일명 ‘던파걸’ 선발대회에 출전한 김기린아, 민주희, 손윤미, 염분홍이 그 주인공. 서로 다른 경력과 배경을 지녔지만, 게임에 대한 관심과 애정만큼은 열혈유저를 능가한다. ‘던파’를 접한 이력은 고작 2∼3개월에 불과한데도, 게임을 즐기고 알리는 1차적인 역할 외에 재미를 배가할 묘안 구상에도 골몰하고 있다. 핑크빛 꿈을 그려야할 청춘, ‘꽃보다 게임’을 선언하며 던파와 손잡은 4명의 미녀를 최근 넥슨 본사에서 만났다.

◆‘던파’는 내운명

4인방과의 대화는 ‘격투를 소재로 한 던파에 여성 유저들이 얼마나 있을까’로 포문을 열었다. 이들은 자신의 경험에 비춰 여성 유저들이 점점 늘어난다고 말한다. 민주희는 “던파보이를 뽑아달라는 여성 유저들이 늘고 있어요”라고 했고, 손윤미는 “조작이 편하고 레벨업도 쉬워서 여성들에게 딱 맞아요”라고 했다.

게임을 접할 장벽이 낮아진 만큼, 4인방은 어느새 하드코어 유저로 등극했다. 이들은 하루 4∼5시간 정도 ‘던파’를 즐긴다. 염분홍은 “피로도(158)가 모두 소진될 때까지”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모처럼 한자리에 모이면서 각자 이야기 봇따리를 꺼내놓는 정보 공유의 장도 꾸려졌다. 몰랐던 정보를 주고 받으면서 새삼 커뮤니티의 중요성을 체험하는 계기가 됐다. 김기린아가 “체력 올려주는 회복 아이템을 ‘던파’에서 팔았으면 좋겠어요. 빵이나 딸기를 얻으려면 사냥 나가야 하는데, 초보들은 사냥 나가면 금방 죽으니까”라고 말하자, 염분홍이 “어! 그거 살 수 있는데…. 샤이록 NPC(인공지능캐릭터)로부터 결투 승점으로 빵을 살 수 있어요”라고 건넨다. 손윤미는 “개인끼리 거래 상점을 열어서, 주고받을 수도 있죠”라고 첨언했다.

실제 게임을 즐기는 유저란 점에서, 게임속 세세한 곳까지 이들의 관심이 몰려든다. ‘던파걸’ 후보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일부 유저들이 회사측에 전해달라며 건의사항을 남기기도 해 의무감은 더욱 투철해진다. 그동안 소녀시대나 브아걸 등 스타급 연예인들이 게임 홍보대사로 나선 적은 많지만, 사실상 게임을 자주 체험하는 것과는 거리가 있었다. 그러나 이들은 던파걸로서 인지도는 다소 약하더라도 게임에 대한 애정은 하늘을 찌른다. 손윤미는 “던파를 잘하는 게 먼저겠죠. 그럼 자연스럽게 게임을 이해하고 뭐가 필요한지, 어떤 것을 알려야 할지도 알 것 같아요”라며 어른스러운 말을 전한다. 게임을 세밀하게 연구하고 체험한 전천후 유저 가운데 한명이라는 설명이다.

◆‘던파’로 인생 2막

‘던파’는 4인방이 그려갈 인생에 밑줄을 쳐주고 있다. ‘던파걸’ 타이틀은 예능인을 꿈꾸는 이들에게 튼실한 발판이 될 수 있어서다. 이는 곧 ‘던파걸’로서 충실하게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 당위성도 동시에 제시한다. 이런 과정속에서 ‘던파’로 인한 희로애락도 가지가지다.

‘던파걸’에 유저들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일단, 즐거운 비명이 터져나온다. 하지만 대응하는 방식은 각양각색이다. 김기린아가 “ID(아이디)가 공개된 이후 귓속말, 쪽지가 자주 날라와요”라고 하자, 일단 양해를 구하고 게임에 먼저 열중하는 형태(손윤미)와 유저들에게 먼저 응대하는 형태(민주희)로 나뉜다. 민주희는 효율성을 위해 실시간 우편함을 비우는 친절함을 보이기도 한다.

안타까울 때도 있다. 4인방은 “‘던파걸’ 후보이니까 넥슨에서 우대하는 것 아니냐. 대신해주지 않느냐”라는 의심에는 속상하다고 입을 모은다. 심지어 ‘현질(과도한 현금 사용)로 아이템 구매해 게임에서 더 유리한 것 같다’는 추궁에는 유저로서 너무 섭섭하다는 생각이다.

안타까움을 뒤로 하고 게임에 대한 열의는 ‘던파걸’ 선발전과 별개로 뜨겁다. 서바이벌 방식으로 치러지는 ‘던파걸’ 오디션에서 1위에 오르지 못해도, ‘던파’와 담을 쌓는 건 힘들다는 게 이들의 공통된 마음이다. 다들 “‘던파걸’과 인연이 없더라도, 슬픔을 딛는 방법은 게임을 더 열심히 하는 거죠”라고 말한다.

오히려 계속 도전하겠다는 당찬 의지도 뿜어낸다. 김기린아는 “넥슨 본사 앞에서 피켓 시위를 할 것”이라는 말을 꺼냈지만 “미워도 게임이 좋아요”라며 방긋 웃는다. 염분홍과 민주희는 “탈락 슬픔을 딛기 위해 아이디 바꾸고 다시 시작할 거에요”라고 했고, 손윤미는 “몇 달간 습관적으로 게임을 즐겼으니 벗어나기 힘들 것 같은데요”라며 미래를 점쳤다.

김수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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