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세상 비틀어보기] 심각한 '고영욱 죽이기'…무죄추정의 원칙도 모르나?

 그룹 룰라 출신 고영욱은 여자를 참 좋아했다. 이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일 것이다.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 등장해 고영욱이 직접 털어놓은 ‘여자 작업기’만 모아도 책 한 권을 너끈히 쓸 만하다. 

 MBC ‘라디오스타’에서 이상민이 싸이의 말을 빌려 “고영욱은 미생물도 꼬실 수 있는 사람”이라고 폭로한 것은 고영욱의 캐릭터를 짐작하게 한다. 연예계 동료들의 이야기를 들어 봐도 고영욱은 가히 ‘작업의 달인’이었다.

 이런 배경 때문에 고영욱이 성폭행 혐의를 받았을 때 많은 연예 관계자들은 “터질 것이 터졌다”, “그럴 줄 알았어”라는 식의 반응을 보였다. 그래서였을까. 미디어는 고영욱의 실명을 너무도 쉽게 공개해버렸다. 아직 혐의가 확정되지도 않았다. 심지어 검찰은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재수사를 결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디어는 고영욱을 이미 성폭행범으로 낙인찍어버린 분위기다. 심지어 14살 미성년자까지 꾀어 성폭행했다는 기사까지 나왔다. 이것은 아직 피해자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다.

경찰 조사를 통해 사실관계를 확인해야 하지만 대부분의 매체들은 불확실한 증언만으로 선정적인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유죄 판결이 확정 될까지는 무죄를 추정해야 한다는 기본적인 원칙이 무시되고 있다.

 과거 주병진의 사례를 기억해보자. 역시 성폭행범으로 몰렸던 주병진은 이후 무죄 판결을 받아냈다. 그러나 심각한 이미지의 타격을 입었고 이를 회복하기는 쉽지 않았다. 물론 고영욱이 정말로 죄를 지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는 불확실하다. 고영욱과 피해자 측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우리가 고영욱을 비난하려면 그가 확실히 유죄판결을 받은 후에 하는 것이 마땅하다. 현재 상황에서의 지나친 ‘고영욱 죽이기’는 위험천만하다. 여자를 밝히는 고영욱에게는 ‘인권’이라는 것도 없나.

김용호 기자 cassel@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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