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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추'의 포스터. |
한국영화계의 거장 고 이만희 감독의 1966년작을 네 번째로 리메이크한 ‘만추’다. ‘가족의 탄생’으로 독특한 이야기꾼임을 입증한 김태용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그런데 무엇보다 배우들이 영화에 대한 관심도를 극도로 높인다. 모든 인기가 이 배우 한 사람에게 통하고 있다. 현빈이다. 여기에 함께 호흡을 맞춘 여배우는 ‘색,계’로 전세계 영화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중국의 탕웨이다.
빼어난 원작, 스타성과 연기력 모두를 갖춘 두 남녀배우, 신선한 연출력의 김태용 감독까지. ‘만추’는 10일 언론시사회로 전격 공개됐다. 막상 이날 공개된 영화는 놀라움과 신선함이 넘쳐난다. 애초에 상업적 고려로 만들어진 작품이 아닌 만큼 경쟁부문에 초청된 베를린 영화제에서도 상을 기대해봄직 하다.
미국 시애틀. 안개가 자욱하게 낀 한 마을에 중국계 여인 애나(탕웨이)가 초점을 잃은 채 걸어간다. 모든 것을 절망한듯이. 그러다 왔던 길을 갑작스레 되돌아간다. 그녀의 집으로 보이는 곳에 어지럽게 사진과 편지가 흩어져있고 한 남자가 죽은듯 쓰러져있다. 애나는 사진과 편지를 찢어서 입안에 넣기 시작한다. 경찰차의 경적 소리가 들리고 다음 장면에서 애나는 7년 째 교도소에 수감돼 있다. 애나에게 연락이 온다. 어머니의 죽음 소식을 듣고 72시간의 외출이 허락된다. 너절한 옷을 입고 시애틀로 향하는 버스에 오른 애나. 갑자기 훈(현빈)이라는 사내가 뛰어들어와 애나에게 차비30달러를 빌린다. 훈은 애나에게 돈을 갚기 전까지 자신이 소중하게 여기는 손목시계를 갖고 있으라고 하며 일방적으로 시계를 맡긴다. 그렇게 시작된 인연은 서로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가운데에서도 이어진다. 훈은 누군가에게 쫓기지만 언제나 밝게 애나를 대한다. 무표정으로 일관하던 애나도 어느새 조금씩 웃음을 되찾는다. 장례식장에서 애나의 오빠는 집을 처분해서 형제자매들끼리 공평하게 나누기로 했다며 서명을 요구한다.
시애틀을 배경으로 한 ‘만추’라는 것만으로도 신선하다. 안개가 자욱한 시애틀에서 애나와 훈은 짧지만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준다. 아름다운 영상도 빼놓을 수 없다. 두 사람의 연기 호흡은 현빈과 탕웨이라는 배우의 매력을 재발견하게 해준다. 꿈 혹은 환상이 살짝 가미된 두 사람의 내면은 관객들에게 여러가지 해석이 가능케 해줄 것이다. 다만 재미를 기대했다가는 실망만 클 수 있다. 다소 늘어지고 깜빡 잠든 것처럼 느끼게 만드는 영상의 조합이 어색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극장을 나서면 서로를 모르더라도 통할 수 있다는 감독의 진지한 원작 해석에 공감이 갈 것이다. 17일 개봉.
한준호 기자 tongil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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