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유 1위, 소녀앓이 승리냐 일렉트로니카 패배냐

[한준호의 가요계생태보고서] 그야말로 가요계가 아이유 신드롬이다.

소녀시대와 카라 등 걸그룹 열풍에 못지 않다. 아니, 오히려 한 사람의 솔로 가수여서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어린 여고생이지만 남다른 가창력과 깜찍한 외모, 그리고 아이돌을 능가하는 스타성 때문이다. 데뷔 초반만 해도 뛰어난 가창력을 앞세운 신인 여성 솔로 가수라는 점이 부각됐으나 어느새 대중에게는 ‘소녀앓이’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덕분에 TV에 함께 출연하는 아이돌 스타도 아이유에게 조금만 관심을 보여도 누리꾼들의 악성 댓글에 시달릴 정도다. 최근 2AM의 임슬옹이나 슈퍼주니어 신동도 방송에서 장난 좀 쳤다가 누리꾼들의 뭇매를 당하기도 했다. 이러한 면들만 보면 아이유가 마치 떠오르는 아이돌처럼 보인다. 나이도 올해 18세. 아이돌그룹의 멤버들과 비슷하다. 가창력이나 춤도 빼어나다. 아이돌과의 정체성 차별이 모호해 보이기도 하다.

그러나 간과해선 안될 것이 있다. 아이유가 지금까지 선보인 음악이다. 싱어송라이터까지는 아니어도 아이유의 데뷔곡들을 들어보면 가창력을 중심으로 충분히 음악적 성과를 이룰 가능성이 엿보였다. 이후 팝댄스곡 ‘마쉬멜로우’를 거쳐 임슬옹, 성시경 등과 듀엣곡을 부르며 남성팬들에게 어필할 댄스 실력과 남성 가수들과 하모니를 이루는 넓은 음악적 스펙트럼을 보여주며 자신의 입지를 탄탄히 다졌다. 그런 가운데 새 앨범 타이틀곡 ‘좋은 날’이 발매되자마자 급격한 상승세를 나타내며 인기 정상에 올랐다. 바로 이러한 점에 주목해야 한다.

지난해부터 걸그룹이나 남성 아이돌그룹 모두 음악적 경향이 팝댄스 풍의 일렉트로니카 위주로 쏠렸다. 정상급이든 그 이하든 모두 일렉트로니카 경향에서 한 치도 벗어남이 없었다. 그런데 아이유는 이러한 흐름에 편승하지 않았다. ‘좋은 날’은 전혀 일렉트로니카가 아니다. 오히려 현악기와 록기타 등 아날로그 사운드가 돋보이는 스타일의 곡이다. 곧바로 이 곡은 모든 온라인 사이트 차트에서 1위를 ‘올킬’ 했다. 심지어 빅뱅의 지드래곤과 탑의 첫 정규앨범이 비슷한 시기에 나왔지만 아이유를 넘어서지 못했다. 이미 팝댄스는 ‘마쉬멜로우’ 때 시도해서 어느 정도 성공을 거뒀다. ‘좋은 날’로 ‘난 너희들과 다르다’는 듯 멋지게 정상을 정복한 셈이다.

이제 남은 것은 음악적 성장이다. 뭇 아이돌들과는 다른 음악적 스타일로 정상에 오른 아이유지만 자칫 잘못하면 아이돌 중 하나로 전락하기 쉽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한 때의 반짝 스타에 머물 수밖에 없다. 작곡까지는 아직 먼 일이라고 해도 노랫말을 쓰며 자신만의 메시지를 담고 악기 연주도 배워 색다른 면모를 보일 수 있어야 한다. 이미지 관리도 중요하다. 앞으로 배워나갈 것이 많은 나이지만 겸손함과 올바른 인성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고 필요한 자질이다. 아이유에게 지금은 더욱 중요한 시기일 수밖에 없다.

<연예문화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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