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가?방가!', 제2의 과속스캔들 되나…설정 비슷해

'방가?방가!'의 포스터(왼쪽)과 '과속스캔들'의 포스터.
최근 개봉해 흥행 저력을 과시중인 영화 ‘방가?방가!’가 지난 2008년 12월 개봉한 영화 ‘과속스캔들’과 놀랍도록 비슷한 설정으로 이목을 끌고 있다.

포스트 추석 시즌의 첫 출발을 알린 지난달 30일 줄리아 로버츠 주연의 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와 함께 개봉해 박스오피스 3위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특히 1위인 ‘시라노;연애조작단’이나 2위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에 비해 적은 상영관 수에도 관객동원수는 일평균 2∼3만명 대로 큰 차이가 없어 높은 관객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방가?방가!’의 설정이 600만명 이상의 관객동원을 기록한 ‘과속스캔들’과 놀라울 정도로 흡사하다는 점이 최근 화제를 모으고 있다.

◇미혼모 VS 외국인 노동자…사회적 약자에 주목

박보영이 어린 엄마 황정남으로 등장한 ‘과속스캔들’은 미혼모 문제를 중심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파고들었다. 주인공 황정남은 톱스타였다가 지금은 라디오 DJ로 활약 중인 남현수(차태현)가 자신의 아빠라고 주장한다. 그런데 황정남은 황기동이라는 아들이 있는 미혼모. 영화는 미혼모라는 설정으로 사회적으로 소외받는 존재인 미혼모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킨다. ‘방가?방가!’는 청년실업과 외국인노동자 문제를 잘 결합시켰다. 만년 백수인 방태식(김인권)이 친구 용철(김정태)의 강권에 국내에는 드문 부탄인 노동자로 공장에 위장취업한다는 줄거리다. 그러면서 어느새 외국인 노동자의 입장에서 우리 사회를 바라보는 방태식의 시선이 따뜻하기 그지없다. 자칫 대립적일 수 있는 두 문제를 조화롭게 영화에 녹여냈다는 평가다.

◇웃음에서 음악으로 이어지는 코드

자칫 심각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주제를 담은 두 영화는 코믹과 음악으로 딱딱함을 벗어냈다. 차태현, 박보영, 왕석현의 찰떡궁합과 같은 연기가 빛을 발하면서 영화를 보는 내내 웃음이 끊이지 않는 ‘과속스캔들’은 주인공 황정남이 마침내 자신의 꿈인 가수로 데뷔하는 내용을 그렸다. 미혼모란 점이 가수 데뷔에 걸림돌로 작용하지만 웃음과 음악이 관객들에게 편안함을 선사했다. ‘방가?방가!’도 마찬가지다. 용철이 운영하는 노래방에서 외국인 노래자랑 대회 준비를 하는 태식과 외국인노동자들의 모습은 코믹함을 자아낸다. 노래를 기막히게 잘하는 외국인 노동자 역에는 실제 전국노래자랑 사상 첫 최우수상을 탄 인물이 캐스팅됐다. 불법체류 단속으로 비인간적인 처우를 당하면서도 노래에 대한 열망을 지닌 외국인 노동자들의 모습이 우스우면서도 가슴 한켠에 온기를 선사한다.

◇톱스타는 없다

무엇보다 ‘과속스캔들’은 차태현을 제외하고는 신인이나 다름없는 주인공들로 채워졌다. 차태현 역시 톱스타는 아니었다. 더구나 코믹연기에 잘 어울리는 차태현의 매력이 가장 잘 드러난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박보영이나 왕석현은 이 영화로 단숨에 CF 및 각종 예능프로그램 출연 섭외가 이어지는 등 스타덤에 올랐다. ‘방가?방가!’는 아예 단 한 차례도 주연으로 출연한 적이 없는 명품 조연 배우 김인권을 주인공으로 역시 악역 조연 연기에 머물던 김정태를 코믹 전문 배우로 변신시키고 ‘생짜’ 신인 신현빈이라는 여배우를 발굴해내는 등 非 톱스타들의 활용이 빛난 작품이다. 신현빈도 아이를 혼자 키우는 미혼모 베트남 여인 장미 역을 잘 소화해냈다. 흥행이 장기화되고 이들 배우의 저력과 가능성이 다시 한번 조망받는다면 새로운 스타들이 대거 탄생할 전망이다.

한준호 기자 tongil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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