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블로 논란을 끝내고 싶어하지 않는 사람들

사진=MBC 스페셜 ‘타블로 스탠퍼드 가다’ 방송 화면 캡처.
[김용호기자 연예세상 비틀어보기]

지난 1일 오후 11시 방송된 MBC 스페셜 ‘타블로 스탠퍼드 가다’는 두 가지 결정적인 증거를 제시했다. ‘다니엘 선웅 리’라는 이름이 명시된 타블로의 여권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스탠퍼드를 나온 ‘다니엘 선웅 리’가 타블로가 아닐 수 있다는 음모론을 해명할 수 있다. 그리고 타블로의 성적표가 인쇄되는 과정이 전달됐다. 이를 통해 먼저 공개된 성적표의 위조의혹이 일단락됐다. 이정도면 ‘게임오버’가 아닐까? 그런데 아직 끝나지 않았다.

타블로가 스탠퍼드 대학교를 다녔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것은 이미 중요한 문제가 아닌 것처럼 되어버렸다. 타블로를 의심했던 사람들은 자신의 오류를 절대로 인정하지 않는다. 증거가 공개되면 또 다른 의혹을 제기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타블로 음악의 표절논란, 타블로의 국적논란에 이은 병역기피 문제 등을 물고 늘어지며 문제를 확산시키고 있다. 이미 그들은 타블로를 증오하는 하나의 거대집단이 됐다. 미디어도 아직 타블로 논란을 끝낼 생각이 없는 분위기다. 이들은 ‘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타진요) 카페 회원들의 일방적인 주장을 기사를 통해 전달하며 논란을 확산시키고 있다. ‘논란=클릭수’라는 공식에 맞춘 기사 생산법이다. 타블로를 비판하면 칭찬받는 인터넷 여론에 영합한 측면도 있다. 그런데 이번만큼은 MBC가 대중심리의 반대편에 섰다. 촛불정국 시절 MBC ‘PD수첩’은 인터뷰 조작까지 감행하면서 반정부 성향의 인터넷 대중심리를 끌어안았다. 이런 MBC는 인터넷에서 인기가 좋았다. 그런데 이번만큼은 공격을 받고 있다. 물론 PD저널리즘의 한계는 여실히 보여줬다. 방송에서는 ‘타블로 진실’을 전제로 깔고 계산적으로 편집한 흔적이 엿보였다. 객관적이라기보다는 감성적이었다. 눈물 흘리는 타블로를 오랜 시간 클로즈업했다. 타블로의 입학확인서 등 결정적인 자료는 부족했다. 타진요 회원들이 계속해서 의혹을 제기할 명분을 줬다.

타블로 논란을 주도한 것은 해외유학파 등 지식인층이었다. 이들은 타블로에게 과거 도올 선생의 경우처럼 졸업논문 번호 공개를 요구했다. “졸업논문없이 석사학위까지 받았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된다”라는 의견이다. 그러나 스탠퍼드대 영문과 데이비드 릭스 교수는 “졸업논문은 필요 없다”고 인터뷰한다. 스탠퍼드 재학생 박태성씨는 “그건 정말 상식적으로 생각할 수 없는 일이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그건 정말 그분들의 상식일 뿐이다”는 인상적인 멘트를 했다.

타블로는 너무 말을 많이 했다. 학창시절 외국인 친구들에게 따돌림까지 당했다는 그가 한국 연예계에서 살아남는 방법이었을 수도 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오류가 발견됐다. 과장된 에피소드도 있을 수 있다. 다른 연예인들도 어느 정도의 과장화법을 쓴다. 그러나 대중은 타블로를 더욱 잔인하게 심판했다. 타블로는 “내가 얼마나 밉보였으면”이라며 눈물을 흘렸다. 여기서 “못 믿는 것이 아니라 안 믿는 것”이라는 타블로의 한마디를 곱씹어보게 된다.

우리는 왜 이렇게 타블로의 학력검증에 집착했을까. 오는 8일 방송된다는 MBC스페셜 2부 ‘타블로 그리고 대한민국 온라인’편을 보기가 두렵다. 인터넷 기반 연예미디어들의 부끄러운 자화상이 여지없이 노출될 수도 있겠다.

연예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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