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한 실격’이란

영구제명 다음 중징계… 시한없어 구제땐 유리
KBO가 야구규약 146조 2항에 근거해 정수근에게 내린 ‘무기한 실격’이란 말그대로 무기한으로 선수 자격을 박탈한다는 것이다. 영구제명 다음의 중징계로 영구제명이 선수로서 사형선고라면 무기한 실격은 무기징역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무기한 실격은 또 KBO가 징계를 풀지 않는 한 선수로 돌아올 방법이 없다는 점에서 롯데 구단이 신청했다가 공시되지 않은 ‘임의탈퇴’와도 차이가 있다. 임의탈퇴된 선수는 1년간 출전 가능성이 원천봉쇄되고 1년 후 구단이 해제를 요청하면 그라운드에 복귀할 수 있다.

그러나 기한없이 언제든 구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1년간은 무조건 뛸 수 없는 임의탈퇴보다 선수에게 유리할 수도 있다는 양면성을 갖고 있다. 야구규약 41조 4항에서는 ‘선수가 실격된 경우라도 총재는 실격 이후의 정상을 참작하여 실격의 정도를 감경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어 무기한 실격 선수가 반성의 정도가 강하다든지 정상이 참작된다면 1년이 아니라 몇 개월만에라도 구제될 수 있는 것이다.

KBO 입장에서는 선수의 동의를 받지 않아 절차상 문제가 될 수 있는 임의탈퇴를 공시하지 않는 대신 무기한 실격선수 처분을 함으로써 중징계를 내렸다는 명분을 취하는 동시에 ‘선수생명’의 회생 가능성을 열어둘 수 있어 선수협회의 반발도 무마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선수를 징계하기 위해 구단이 임의탈퇴를 신청한 것은 프로야구 27년 사상 처음인데, 규약 40조에 따르면 임의탈퇴는 선수의 동의가 필요하다. 지난해 KIA는 팀을 무단이탈한 투수 김진우에 대해 임의탈퇴를 KBO에 신청했는데 당시 KBO는 김진우가 무단 이탈 후 20여일이 지났고, 구단에서 그에게 적극적으로 연락을 취하려 노력했다는 점을 들어 김진우의 동의가 없었지만 임의탈퇴 선수로 공시했다. 그러나 이번 정수근의 경우는 김진우와 다르다는 게 KBO의 해석이다. 롯데가 16일 KBO에 임의탈퇴를 신청했지만 정수근의 동의를 받지 않아 절차상 하자가 발견됐다.

스포츠월드 김동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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