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석]‘너희가 마시는 술은 팬들의 피와 눈물이다’

지난 15일 프로야구 롯데와 KIA의 경기가 끝난 부산 사직구장 앞 광장은 경기장을 나오는 롯데 선수들을 보려는 팬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롯데가 2-3으로 패하고 4연패에 몰렸음에도 팬들은 귀가하지 않고 30분 이상을 기다려 선수 하나 하나 나올 때마다 환호를 질렀다. 롯데의 주장이자 부산의 인기스타 정수근이 나올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런 정수근이 사람을 쳤다. 그것도 50대 중반의 아버지뻘 되는 사람과 경찰을 말이다. 야구장에서 방망이를 휘둘러야 할 손으로 길거리에서 주먹을 휘둘렀다. 신분이 뚜렷하다는 이유로 구속까지 되지는 않고 피해자와 합의해 단순 폭행 사건으로 무마됐지만 ‘야구 선수’ 정수근에 대한 실망감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인정하지 않는 사람도 있겠지만 야구 선수는 ‘공인’이다. 공인이라면 대중에게 모범이 되는 말과 행동을 할 ‘책임’이 있다. 그런데 모범은 커녕 누구도 해서는 안될 악행을 저질렀으니 배신감이 크다. 한 번도 아니고 벌써 여러 차례라는 게 더 문제다.

비단 정수근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미 지난 겨울 월드컵 축구 4강 신화의 일원인 이천수가 음주 폭행 시비에 휘말려 축구팬 뿐만 아니라 많은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등 인기 스포츠 선수들의 비행은 잊혀질 만 하면 터져나오는 단골뉴스다. 그들이 자기 생각만 하지 말고 한 번이라도 자신을 응원하는 팬 생각을 한다면 그렇게 막 살 수 없다.

롯데 팬들이 선수들에게 항의하는 뜻으로 현수막을 제작하기 위해 홈페이지 게시판에서 거론하고 있는 문구가 금언이다. ‘너희들이 밤새 마시는 술은 팬들의 피와 눈물이다.’

스포츠월드 김동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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