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흑심모녀’는 가족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잔잔하지만 소소한 재미를 선보이는 보기 드문 수작이다. 심혜진, 김수미, 이다희, 이상우 등 신구 배우들이 조화를 이뤄 출연하며 멋진 연기적 앙상블을 이뤄낸다.
남편을 여의고 과일장사를 하며 치매 걸린 노인과 딸을 키우는 30대 억척 아줌마 남희는 어느 날 교통사고를 내게 되고 이로 인해 정체 모를 남자를 집안에 들이게 된다. 준이라고 불리는 이 남자는 나이에 비해 순수하고 어수룩한 사람이다. 순수한 것인지 사기꾼인데 속 마음을 숨기는 것인지 모를 준의 천진난만함에 마음을 빼앗긴 남희는 그동안 잊고 살았던 어떤 감정이 다시 솟아오르는 것을 느낀다. 이를 눈치채고 질투를 느끼는 딸 나래는 사사건건 준에게 시비를 건다. 영화는 어린 왕자같이 순수한 준을 연기한 이상우와 소녀의 감성이 있는 갓난이 연기한 김수미의 연기를 비교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마술과 미술에 빠져 어린아이처럼 순수한 준은 보기만 해도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영화내내 극을 이끌어 가는 역할인 이상우의 연기가 신인치고는 탄탄하다. 중간에 너무 심각해지는 상황을 웃음으로 풀어내는 김수미의 연기는 영화 내내 탄산음료수같이 상쾌함을 준다.
황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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