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엿보기]‘좌익수 홍성흔’ 아직은 첩첩산중

‘머나먼 좌익수 출장의 길.’

두산의 ‘오버맨’ 홍성흔은 올 시즌 10년간 썼던 포수 마스크를 벗고 외야수로 전향했다. 공격력을 최대화하기 위해 수비 부담이 많은 포수를 포기하고 지명타자로 나서면서 좌익수 수비 훈련을 하고 있는 것.

그런데 올 시즌도 중반으로 접어들자 홍성흔이 외야 수비를 선보일 때가 됐다는 분위기가 무르익으며 외야수 출장을 기대하는 시선이 많아졌다. 김경문 두산 감독도 “홈경기에서 점수차가 많이 나 승부가 일찍 날 때가 있으면 후반에 홍성흔을 좌익수로 기용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외야 수비가 익숙치 않은 홍성흔이 외야수로 출전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두 가지 조건 중 하나는 만족시켜야 했다. 팀 성적이 여유가 있는 상황에서 점수차 많이 나는 경기가 발생하거나 또는 백업 포함, 나머지 4명의 외야수 중 두 명이 부상을 당해야 하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6월 초 승률이 6할대까지 육박해 여유있는 레이스를 펼치던 두산은 김 감독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5연패에 빠지면서 한 때 3위로 떨어지는 등 쫓기는 신세가 돼 첫 번째 조건이 날아가 버렸다. 지난 6일 잠실 LG전에서는 8-0으로 크게 앞섰음에도 연패를 끊을 수 있는 확실한 승리를 위해 홍성흔에게 외야수 출장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홍성흔에게는 두 번째 조건도 가까이 왔었다. 주전 중견수 이종욱이 허리 통증으로 7일 LG전에 나갈 수 없게 됐다.

좌익수 김현수가 “형, 오늘 수비 나갈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해주자 옆에 있던 백업 외야수 전상렬도 “나도 손목이 안 좋다. 니가 준비해라”며 홍성흔의 가슴을 들뜨게 했다. 그런데 김 감독이 경기전 전상렬에게 “나갈 수 있겠냐”고 물어보자 전상렬이 “괜찮은 것 같다”고 하는 바람에 기회가 또 날아갔다. 홍성흔은 10일 잠실 롯데전을 앞두고 “아직은 때가 아닌 것 같다”면서도 “팀 성적에 조금만 더 여유가 생기면 좋을텐데”라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그 때가 언제일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외야수’ 홍성흔의 등장은 화끈한 홈런 못지 않은 멋진 팬서비스임에 틀림없다.

잠실=김동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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