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다희, ‘무뚝뚝’ 각단, 발랄처녀 됐다

김수미·심혜진과 꽃미남 두고 경쟁하는 딸 역
비슷한 나이·밝은 캐릭터로 이미지 변신 기대

MBC 판타지사극 ‘태왕사신기’의 여성 호위 무사 각단 역으로 출연했던 이다희. 구리빛 피부에 강인한 목소리로 군주를 지키기 위해 온몸을 던지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이다희는 화사한 봄빛을 머금은 천상 아리따운 여성의 모습이었다.

“드라마에서 각단이 여성 호위 무사이기 때문에 피부도 까매야 하고 강인한 이미지로 보여야 했어요. 머리 스타일도 짧게 자르고 태닝(인공적으로 빛을 쏘여 피부를 태움)을 했어요. 그런데 워낙 제 피부가 하얗다 보니 스무 번도 넘게 태닝을 해야 했어요. 각단이라는 역할이 무척 강렬해서 그런지 이름을 기억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졌어요.”

실제 이다희는 각단이라는 캐릭터로 극 중간에 군주를 지키다 장렬한 최후로 도중 하차했지만 대중의 뇌리에 깊이 각인됐다. 역할 덕분에 ‘-다, -나, -까’로 끝나는 무뚝뚝한 군인 말투에 강단진 이미지로 기억되고 있는 것.

그런 이다희가 이번에는 제 나이에 걸맞는데다가 주연급인 캐릭터를 덥썩 안게 됐다. 바로 모녀 3대(김수미·심혜진·이다희)가 한 꽃미남(이상우)을 두고 벌이는 좌충우돌 코미디 영화 ‘흑심모녀’(조남호 감독, 이룸영화사 제작)에서 가장 어린 딸 장나래 역에 캐스팅된 것. 극중 스무살이라는 나이가 이다희에게는 만족스럽기 그지 없는 눈치였다.

“시나리오를 보고 제 나이와 비슷해서 정말 자연스럽고 편하게 연기할 수 있겠구나 하고 생각했어요. 그 동안 워낙 무겁거나 어두운 역할만 연기해왔거든요. 그러다보니 굳어진 그늘진 이미지 때문인지 사람들이 제게 쉽게 다가오질 않는 것 같더라고요. 그런데 이번엔 밝은 캐릭터잖아요. 그래서 기대도 크고 이미지 변신도 가능할 것 같아요. (웃음)”

실제 이다희는 MBC 드라마 ‘슬픈연가’에서 연정훈의 극중 경쟁사인 재벌그룹의 딸로 등장하기도 했고 지난해 MBC 드라마 ‘에어시티’에서는 최지우의 동생으로 등장했지만 모두 무겁고 어두운 캐릭터였다. 그런데 이번에 맡은 장나래는 밝고 명랑한 캐릭터다. 이다희는 감독과의 첫 만남 때 성숙한 이미지가 강해서 밝고 어린 캐릭터와 맞지 않을 거란 판단에서 별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이내 O.K. 사인을 받았다.

이렇게 해서 이다희는 김수미, 심혜진 등 연기계의 대선배들과 함께 모녀 3대를 이루게 됐다. 지난해 9월부터 11월까지 경기도 안성의 한 폐가에서 진행된 촬영을 통해 부쩍 가까워진 세 사람은 ‘수다모녀’처럼 즐겁고 유쾌한 시간을 보냈다.

“처음에는 두 분 다 워낙 대선배님이셔서 어렵기만 했는데 촬영장에서 함께 먹고 자며 촬영에 임하다보니 금세 친해졌어요. 촬영 대기 시간이나 휴식 시간에는 이불 깔고 함께 수다를 많이 떨고 군것질도 많이 했어요. 특히 김수미 선생님께서 등장하는 장면은 모두 재미가 있어서 항상 웃음이 끊기지 않았어요.”

이다희는 이번 영화를 통해 올해에는 부산국제영화제에 영화인으로 꼭 참석하고 싶어했다. 이 기세를 몰아 장차 칸 국제영화제 레드 카펫을 밟아보고 싶다는 당찬 포부도 밝힌 이다희는 영화에 대한 애정어린 멘트도 잊지 않았다.

“이 영화는 기존 코미디 영화보다 예쁘고 따뜻해요. 김수미 선생님 말처럼 봄햇살 같이 아름다운 영화라고 할 수 있겠죠. 가족애가 담겨 있거든요.”

글 한준호, 사진 김용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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