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웅인, 내 사전에 타협은 없다! MBC '~스캔들'서 웃음기 제로의 카리스마 CEO

웃음기 없는 '냉철한 CEO'로 연기변신
노배우가 돼도 카메라앞에 당당하고파
[스포츠월드] 배우 정웅인은 어떤 표정을 짓느냐에 따라 장르의 변화가 유난히 센 배우다.

 무표정하게 있을 때에는 허투루 무례한 말을 건넸다가는 즉각 매서운 눈빛으로 응징을 당할 것 같은 무서움이 풍기고, 얼굴 가득 주름을 만들어 밝게 웃을 때에는 농담의 가속도를 붙이고 싶은 장난꾸러기의 친근함도 준다. 그의 얼굴에는 하드보일드의 비정함과 코미디의 유쾌함이 공존한다. 아수라 백작같은 그의 이질적인 얼굴은 오랫동안 여러 작품을 통해 정웅인을 만나온 이들한테조차 여전히 그에 대해 훤히 알고 있다고 자신할 수 없는 모호함과 거리감을 주고 있다.

 개중에는 정웅인을 웃음을 주는 배우로 정리해버린 이도 있을 것이다. 실제로 그는 MBC 시트콤 ‘세친구’나 영화 ‘투사부일체’의 코믹한 캐릭터에 힘입어 대중적인 인지도를 ‘업그레이드’시켰다. 좀 더 구체화하면 그의 말마따나 ‘CF를 촬영하고 집도 마련하는’ 경제적인 윤택함도 얻었다.

그러나 코미디에 강한 배우로 그를 가두려는 안정적인 구속에서 정웅인은 또 도망친다. 8일 첫 방송을 타는 MBC 주말특별기획드라마 ‘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문희정 극본, 이태곤 연출)를 통해 ‘웃음기 제로’의 냉철한 매니지먼트사 CEO ‘장동화’로 옷을 갈아입는 것이다. 

이 드라마에서 정웅인은 동생 역의 정준호를 정성을 다해 연예계의 톱스타로 키워낸 형으로 나온다. 가정도우미로 자신의 집에 온 이혼녀 최진실과 동생이 애정전선을 형성하자 두손 두발 들어 반대하며 사랑의 훼방꾼도 자임할 예정. 남녀주인공인 정준호와 최진실이 코믹멜로의 경쾌한 분위기를 주도하는 가운데 정웅인은 칼 같고 냉정한 얼굴을 유지한다. 언뜻 중년의 신데렐라 스토리를 방해하는 ‘악역’ 같지만 비혼남이면서 아이가 있는 미스터리의 사연이 있는 데다 아이한테 지극한 최진실을 향한 애정도 가슴에 품는 배역으로 여성시청자들에게 웃지 않아 더 가련하고 안타까운 감정을 자아낼 전망이다.

 한번 작업한 작가들이 다시한번 찾는 배우로도 잘 알려진 정웅인은 이번에도 2006년 MBC ‘발칙한 여자들’에서 인연을 엮은 문희정 작가의 러브콜을 받아 ‘투사부일체’의 형인 정준호를 동생으로 맞아들이는 어색한 재회에도 불구하고 이번 배역을 받아들였다. 주조연을 떠나 적게 등장해도 의미가 있는 캐릭터의 존재가치를 보고 늘 작품을 선택해왔다는 정웅인은 인터뷰에서 ‘타협’이 아닌 ‘균형’을 유지하는 일의 자세를 여러번 강조했다.

 2006년 띠동갑 연하의 아름다운 신부과 웨딩마치를 울렸고, 지난해 첫 딸을 얻은 그는 배우이기전에 한 가정을 책임지는 가장이다. 자유로운 영혼을 지녀야하는 배우와 바른생활 생활인의 가장 사이에는 필연적인 갈등이 도사리고 있을 수도 있다. 딸 ‘세윤’양의 외모가 워낙 출중해 좀 더 크면 CF모델로 데뷔시켜도 손색이 없다며 딸 자랑을 꺼낸 정웅인은 사랑이 넘치는 가정을 꾸려가고 있지만, 결혼에 따른 생활의 책임감 때문에 일의 가치관을 바꾸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아이에게 좀 더 비싼 분유를 먹이고 싶은 게 아빠의 마음이죠. 그같은 생활만 고려하면 매번 뚜렷한 목표와 열정을 갖고 까다롭게 작품을 선택하지 못할 지도 몰라요. 얼마전 아내와도 진지하게 얘기했는데 우리가 좀 더 허리띠를 졸라 매더라도 타협하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어요. 물론 아내도 그런 제 생각을 응원해주고 있고요.”

 고등학교 시절부터 연극무대에 서며 할리우드배우 알 파치노를 동경하며 국제영화제를 호령하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해온 정웅인은 결혼하고 중년의 나이에 진입한 현재도 당시의 꿈을 젊은 시절의 치기어린 몽상으로 여기지 않는다.

 “저에 대해 말을 붙이기 힘들다는 사람도 있고 개그맨 보다 더 웃긴다는 사람도 있어요. 두 가지 모습은 배역이 만들어준 이미지도 있겠지만 모두 제 진짜 모습이죠. 친한 후배들과 술을 마시면 굉장히 망가지는 편이고, 어머니와는 집에서 하루에 세 마디도 주고받지 않을 만큼 과묵한 구석도 있고요. 왜들 책 읽고, 관찰하는 간접경험으로 다양한 배역을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하는데 저는 정말로 싸워보고, 맞부딪치지 않으면 진짜 연기가 나오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안주하지 않고 계속 그 진짜를 찾고 싶어요.”

 6,70대의 노배우가 돼도 카메라에 대한 공포감을 잃고 싶지 않고, 그 앞에서 관성적으로 헛되게 놀고 싶지도 않다는 그는 배우로서 자신의 정신연령은 여전히 청년배우에게 뒤지지 않는다고 자신했다. 아마 정웅인은 사람들이 자신에 대해 알았다고 생각하는 순간, 계속 예측 불허의 배역으로 부지런히 몸을 빼 물음표의 긴장감을 유지할 것 같다.

글 조재원, 사진 전경우기자 otaku@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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