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준의 끄라시바 월드컵]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님, 4년전 약속 기억하시나요

[스포츠월드=상트페테르부르크(러시아) 권영준 기자] “더 큰 도약을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하겠습니다.”

4년 전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한국 축구의 ‘수장’인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은 국민 앞에 섰다. 2014 브라질월드컵의 처절한 실패를 사과하고, 이를 계기로 “더 발전하겠다”며 새끼손가락을 걸고 뜨거운 약속을 했다.

4년이 흘렀다. 한국 축구는 다시 한번 월드컵 무대에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2018러시아월드컵에서 2경기를 치른 25일(한국시간) 현재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2패를 당했다. 남은 1경기도 녹록하지 않다. 오는 27일 밤 11시 러시아 카잔 아레나에서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이자 월드컵 ‘디펜딩 챔피언’ 독일과의 조별리그 F조 최종전을 남겨 놓고 있다.

독일전 결과에 따라서 한국 축구의 운명은 180도 달라질 수 있다. 기적처럼 승리한다면 경우의 수에 따라 16강 진출도 가능하다. 반면 고개를 숙인다면 1990년 이탈리아월드컵(3패) 이후 28년 만에 ‘승점 0’ 월드컵으로 오명을 남긴다. 물론, 아직 가능성이 아직 남았기 때문에 포기해선 안된다. 그라운드에서 투혼을 펼치고 있는 선수들은 여전히 “끝나지 않았다. 무너지지 말자”며 서로 부둥켜안고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다만 이와 별개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들은 냉정하게 꼬집어야 한다. 한국 축구는 4년 전과 비교해 전혀 발전하지 못했다. 선수단 전체 체력 불균형, 개개인 기술력 부족, 전술적 대비책 부족, 가용 자원 한정화 등이 대표적이다. 또한 손흥민(토트넘) 기성용(스완지시티) 등 몇몇 핵심 선수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크다는 점, 이들 부재 시 대안이 없다는 점도 4년 전과 똑같다.

매우 심각한 문제다. 알면서도 개선하지 못했다. 브라질월드컵이 막을 내린 후 정몽규 회장은 “향후 각급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도록 기술위원회 대폭 개편 등 쇄신책을 하루빨리 마련하겠습니다. 대한축구협회는 현재의 시련을 거울삼아 더 큰 도약을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하겠습니다”라고 다짐했다.

현시점에서 그 약속을 지켰다고 할 수 있을까. 말뿐인 허울이다. 우선 대표팀 전력 향상을 위한 그 어떤 시스템도 개발하지 못했다. 여전히 선수 투혼에 의지해야 하며, 경우의 수를 바라봐야 하고, 기적을 꿈꿔야 한다. 무엇보다 도약을 위한 어떤 뼈를 깎는 노력을 했는지 알 수가 없다. 스스로 뼈를 깎는 노력을 했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을까.

사실 이러한 시스템 개발은 코칭스태프가 주도해야 할 일이 아니다. 철학을 세우고, 이 철학에 따라 시스템을 만들어 체계화해야 하는 것은 대한축구협회의 몫이다. 감독은 이처럼 대한축구협회기 세워놓은 척추에 살과 근육을 붙여 단단한 허리를 만드는 역할을 해야하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 축구는 거꾸로 가고 있다. 대한축구협회는 그저 감독 선임에만 공을 들인다. 그리고 이후 모든 책임을 감독에게 떠넘긴다.

대한축구협회의 리더들이 움직여야 한다. 대한축구협회는 임원만 30명이 넘는다. 이 리더들은 과연 한국 축구를 위해 모두가 발 벗고 나서고 있는지 자문해야 한다. 명함에 새겨진 한낱 명예에 취해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장현수의 태클이 진짜 비판의 대상일까. 아니면 한국 축구가 이렇게 나락으로 떨어질 때까지 손쓰지 못한 정몽규 회장을 포함한 리더들은 아닐까. 한국이 만약 독일전에서 패한다면, 이번 월드컵에 출전한 아시아 4개국 가운데 유일하게 무승점 탈락의 고배를 마신다.

young0708@sportsworldi.com / 사진=김용학 기자, 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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