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아도 상관없다 싶었죠.”
불안한 허리, 삼성엔 우완 투수 이재희가 있었다. 불펜서 확실하게 상대 흐름을 끊었다. 7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KT와의 ‘2026 신한 SOL KBO리그’ 한국시리즈(KS·7전4선승제) 4차전서 4번째 투수로 나서 2⅔이닝을 완벽하게 책임졌다. 1사 만루 위기를 실점 없이 극복한 것은 물론, 8명의 타자를 상대하는 동안 단 한 번의 출루도 허용하지 않았다. 피안타, 볼넷 없이 삼진만 4개 잡아냈다. 당당히 데일리 최우수선수(MVP)에도 선정됐다. 상금 100만원의 주인공이 됐다.
총력전이 예고됐던 경기다. 이날 삼성이 선발투수로 내세운 이는 ‘루키’ 장찬희다. 포스트시즌(PS) 경험은 단 1경기뿐이었다. 긴 이닝을 장담하기 어려웠다. 5회부터 불펜진이 가동됐다. 설상가상 미야모리 사토시(0이닝 2볼넷 3실점), 배찬승(⅓이닝 3볼넷) 등이 연거푸 흔들리며 궁지에 몰렸다. 이날 경기 최대 위기. 삼성은 이재희 카드를 꺼냈다. 일찌감치 몸을 풀고 있었다. 이재희는 “이런 상황을 대비하는 게 (오늘의) 내 역할이었다. 불펜에서 충분히 몸을 풀고 올라갔다”고 설명했다.
충분한 휴식을 취했기 때문일까. 이재희의 마지막 등판은 지난달 30일 KIA와의 플레이오프(PO) 4차전이었다. 공에 힘이 느껴졌다. 이재희는 “(5회) 1사 만루서 아웃카운트 두 개를 올리고 내려왔을 때 (포수) (강)민호 선배가 ‘오늘 네 공 좋다. (스트라이크존) 모서리 보지 말고 가운데로 던져라’고 말씀하시더라. 맞더라도 상관없으니깐 빨리빨리 들어가서 승부하자 싶었다”고 밝혔다. 실제로 직구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33개 중 19개에 달했다. 5회엔 7개의 공 모두 직구 승부였다.
묵직한 피칭, 동료들의 환대로 이어졌다. 임무를 마친 뒤 돌아오는 이재희를 향해 동료들은 마음을 표했다. 이재희는 “사토시 형과 (배)찬승이가 고맙다고 하더라. (외인 원투펀치) (크리스) 페덱과 (아리엘) 후라도도 안아줬다. ‘테무산 오타니’라더라”고 껄껄 웃었다. 이재희의 롤모델 중 한 명이 오타니 쇼헤이(LA다저스)다. 투구폼도 흡사하다. 이재희는 “오타니는 알면 알수록 인간성과 사람을 대하는 태도, 다 좋더라. 본받고자 열심히 따라가고 있다. 운(쓰레기)도 줍고 있다”고 귀띔했다.
대구=이혜진 기자 hjlee@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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