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야마모토가 된 것 같아요.”
우연히 뱉은 말이 현실이 됐다. 우완 투수 원태인은 포스트시즌(PS)을 앞두고 삼성이 꺼내든 ‘비밀무기’였다. 익숙한 앞쪽이 아닌, 뒤쪽으로 잠시 자리를 옮겼다. 당시 원태인은 “야마모토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야마모토 요시노부는 지난해 미국 메이저리그(MLB) LA다저스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끈 주역이다. 선발과 구원을 오가며 무시무시한 피칭을 자랑했다. 원태인 역시 전천후로 활약했다. 마무리로, 셋업맨으로 팀이 필요로 하는 순간 등장했다. 멀티이닝도, 연투도 불사했다.
다시, 변화를 꾀한다. 원태인이 선발로 복귀한다. KT와의 한국시리즈(KS·7전4선승제) 5차전 선발투수로 낙점했다. 플레이오프(PO·5전3선승제)와 달리 KS에선 최소 선발카드 4장이 필요하다. 기존 선발 최원태가 부진한 가운데 삼성이 승부수를 띄운 것. 원태인은 “이미 그렇게(야마모토) 된 것 같다”고 운을 뗀 뒤 “컨디션이 좋다고는 말 못하겠지만, 어쨌든 (그럼에도) 잘 던져야 하는 게 내 목표다. (준비기간이) 짧지만 맡겨주신 만큼 기대에 보답하고자 열심히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낯선 과정들의 연속이다. 원태인은 프로 데뷔 후 줄곧 선발로 뛰었다. 불펜서 매일 몸을 풀고 대기하는 일이 쉽지 않을 터. 다시 선발 임무를 부여 받았지만, 루틴을 이어가기 어렵다. 원태인은 “루틴이 없어졌다”고 웃었다. 지금은 다시 선발로 뛸 수 있는 체력을 만들고자, 회복에만 모든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수분 섭취에도 열을 올리는 중이다. 원태인은 “(크리스) 페덱이 호투 비결로 물을 많이 마신 걸 꼽더라. 페트병을 들고 다니면서 계속 마시기에 나도 마시는 중”이라고 전했다.
어떤 미션이든 수행할 각오가 돼 있다. 사실 4차전 선발도 고려했다. KS 2차전을 마치고 수장과 면담하는 자리였다. 원태인은 “4차전도 가능하다”고 전했다. 의지만으로 될 수 있는 부분은 아니었다. 막상 캐치볼을 해보니 만만치 않았다. 박진만 삼성 감독은 “무리했다가 네가 거기서 쓰려져버리면 우리 시리즈도 끝난다”고 귀띔했다. 원태인은 “내가 4차전에 나선다 해도, 5차전에 페덱이 나서긴 어려운 상황이다. 하루라도 더 쉬고 좀 더 좋은 컨디션으로 나을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회복과 더불어 또 한 가지 복병이 기다리고 있다. 추위다. 날씨가 급격히 추워졌다. 원태인은 “추위에 정말 약하다”면서도 “방법이 없다”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불펜은 짧은 이닝 마운드에 서지만, 선발은 좀 더 긴 시간을 버텨야 한다. 조금 더 뛰고 움직이면서 몸의 온도를 높이는 수밖에 없다. 원태인은 “수원서 몸을 푸는데 불펜이 야외다 보니 정말 춥더라. 몸이 굳는 것 같았다”면서 “가을야구에선 유독 워밍업을 길게 가져가는 편이다. 핫크림도 열심히 바르고 있다”고 눈빛을 반짝였다.
대구=이혜진 기자 hjlee@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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