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제구를 되찾았지만 이미 승부는 기울어진 뒤였다. 믿었던 마운드서 고개를 숙인 ‘가을 사나이’ 소형준(KT)은 밤잠까지 설쳤다. 아쉬움은 깊지만 주저앉을 생각은 없다. 팀을 위해서라면 불펜 등판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각오다.
소형준은 7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리는 삼성과의 2026 신한 SOL KBO 한국시리즈(KS·7전4선승제) 4차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났다. 전날 3차전에서 6이닝 3피안타 5볼넷 6탈삼진 4실점(4자책점)을 기록했다. KT는 1-5로 패하며 시리즈 전적 1승2패로 밀렸다.
평소 보기 힘든 난조였다. 1회부터 볼넷 2개를 허용했고, 2회에는 볼넷 3개로 위기를 자초했다. 2회까지 4실점. 소형준은 “초반 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ABS)에서 스트라이크를 기대했던 공이 볼 판정을 받은 부분도 있었다”면서도 “타자에게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장타를 맞지 않으려다 스스로 경기를 어렵게 만들었다”고 돌아봤다.
투구 동작도 문제였다. 상체가 빠르게 열리면서 원하는 곳에 공을 던지지 못했다. 3회부터 커브 등 변화구를 활용하며 균형을 되찾았고, 이후 4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그러나 소형준은 “이미 경기가 기울어진 다음이어서 큰 의미가 있나 싶다”며 고개를 저었다.
추운 날씨도 변명거리로 삼지 않았다. 그는 “핑계다. 초반에 영점을 찾지 못한 게 제 실력”이라고 잘라 말했다. 가장 아쉬운 장면으로는 1회 김지찬에게 2스트라이크 이후 허용한 안타를 꼽았다. 작은 실수가 쌓이면서 결국 큰 실점으로 이어졌다는 자책이었다.
패배의 여운은 밤새 이어졌다. 소형준은 지난 밤을 돌아보며 “자다 깨다, 자다 깨다 했다”며 “경험이라고 하기에는 좀 비싼 경험”이라고 씁쓸해했다.
그럼에도 남은 시리즈서 만회할 의지는 확고하다. 소형준은 팀에 도움이 된다면 5차전부터 불펜에서도 대기할 수 있다는 뜻을 코칭스태프에 전했다고 밝혔다. 물론 실제 등판 여부는 벤치의 판단에 달렸지만, 시리즈가 이어질 시 7차전 선발 등판도 염두하겠다는 마음가짐이다.
전날 103구를 던진 터라 충분한 휴식도 필요하지만, “그런 걸 따질 상황이 아닌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남은 경기에서 만회하고 싶다. 팀에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다면 내일부터라도 좋다”라고 힘줘 말했다.
대구=김종원 기자 johncorners@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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