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엔 제가 샤라웃해야죠.”
나란히 7이닝 1실점. 팽팽한 투수전을 펼친 두 에이스는 서로의 실력만큼은 확실히 인정했다. ‘잠수함 에이스’ 고영표(KT)가 크리스 페덱(삼성)의 찬사에 유쾌하게 화답했다. 그러면서도 승부욕만큼은 숨기지 않았다. 다음에는 자신이 승리투수 인터뷰의 주인공이 돼 페덱을 치켜세우겠다는 약속을 건넸다.
고영표는 6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 한국시리즈(KS·7전4선승제) 3차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났다. 화제는 이틀 전 수원에서 펼친 선발 맞대결이었다. 고영표는 7이닝 7피안타 무사사구 4탈삼진 1실점, 페덱은 7이닝 8피안타 1볼넷 3탈삼진 1실점으로 팽팽히 맞섰다. 두 투수가 1-1 동점에서 내려온 뒤 경기는 연장 12회까지 이어졌고, KT는 2-3으로 졌다.
경기 후 페덱은 최우수선수(MVP) 인터뷰에서 고영표의 역투를 높이 평가했다. 고영표도 반갑게 화답했다. 그는 “나 역시 인터뷰를 했다면 페덱 선수를 칭찬했을 것”이라며 “좋은 투수전을 만들려면 서로 잘해야 한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도 뛰었던 좋은 투수가 칭찬해줘 정말 고맙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결과에 대한 아쉬움은 감추지 않았다. 고영표는 “팀이 승리하지 못해 너무 아쉬웠다. 제 투구 내용도 좋지는 않았다”고 돌아봤다. 정규리그 삼성전 4경기서 3승1패 평균자책점 2.25로 강했던 그다. 이날도 7이닝을 버텼지만 스스로에게는 더 엄격했다.
특히 제구가 마음에 걸렸다. 그는 “정규리그 삼성 타자들을 만났을 때보다 제구의 세밀함이 떨어졌다. 원하는 코스로 공이 가지 않고 반대투구도 많이 나왔다”고 짚었다. 높게 던지려던 공이 낮게 들어가면서 장타를 맞은 것도 아쉬워했다.
가장 큰 고비는 6회초였다. 1사 후 구자욱과 최형우, 르윈 디아즈에게 연속 안타를 맞아 만루에 몰렸다. 고영표는 “디아즈에게 커브를 던졌는데 빗맞은 공이 안타가 됐다. 잘 안 풀리니 어이없어서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침착함을 되찾았다. 불리한 볼카운트에서도 변화구 대신 직구로 류지혁과 공격적으로 승부했고, 1루수 땅볼 병살타를 끌어냈다.
무엇보다 고영표에게 KS 승리는 여전히 풀지 못한 숙제다. 2021년에는 불펜에서 우승에 힘을 보탰고, 2023년에는 두 차례 선발 등판했지만 승리투수와는 인연이 없었다.
이번에도 7이닝 1실점 역투가 승리로 이어지지 않았다. 그는 “다음 등판을 위해 투구 밸런스와 동작을 잘 정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시 마운드에 오르려면 KT의 반격이 먼저다. 6일 3차전서 1-5로 패하며 시리즈 전적 1승2패로 밀렸다. 적진 대구에서 남은 4·5차전을 모두 내주면 선발 재대결 기회도 사라진다. 반대로 시리즈가 6차전까지 이어진다면 오는 10일 수원에서 페덱과 다시 맞대결을 펼칠 가능성이 크다.
대구=김종원 기자 johncorners@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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