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계범은 긴 투병의 시간을 지나 가수로서 자신의 길을 만들어가고 있다. 모델과 배우로 활동한 그는 2005년부터 2015년까지 원인을 알 수 없는 병으로 힘겨운 시간을 보냈고, 투병을 마친 해 트로트 가수로 데뷔했다. 무대에서 관객과 호흡하며 음악을 이어온 그는 최근 신곡 ‘쎄쎄쎄’를 발표하고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안계범은 골키퍼 출신 모델이라는 이색적인 이력을 지녔다. 1998년과 2000년 올해의 모델상을 받았으며 영화 로스트메모리즈, 최후의 만찬, 철가방 우수씨 등에 출연하며 연기 활동도 펼쳤다. 그러던 중 가수의 길로 들어선 계기는 우연한 무대였다.
5일 안계범은 “2014년 박구윤 씨 형 결혼식에서 구윤 씨와 함께 축가를 불렀다. 당시 전국노래자랑 심사위원이자 구윤 씨의 아버님이신 박현진 작곡가님이 다음날 사무실로 부르셨고, 노래를 해보자고 제안하셨다”고 회상했다. 그렇게 받은 곡이 데뷔곡 특급사랑과 천가지였다. 딸과 아내를 생각하며 부른 노래였다. 그는 “제가 아플 때 가족들이 정말 고생했다. 그분들을 위해 부른 노래”라고 설명했다.
안계범이 겪은 투병의 시간은 결코 짧지 않았다. 2021년 한 방송에서 그는 뇌 한가운데 500원 동전 크기의 염증이 생겨 극심한 고통을 겪었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한 달 넘게 입원했지만 뚜렷한 치료 방법을 찾기 어려웠고, 당시 상황을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상태가 심각했다. 이후 기적적으로 퇴원했지만 단기 기억상실 증상까지 겪었다. 말을 하다가도 몇 시간 전 일을 잊어 휴대전화를 확인하곤 했다고 한다.
안계범은 “완전히 회복하기까지의 시간을 따지면 2005년부터 2015년까지 투병했다. 정상적으로 잘 지내고 있다는 걸 알려드리고 싶어 방송에서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긴 시간을 버티게 한 힘은 가족이었다. 그는 “가족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도 없었을 거다. 앞으로 나아갈 추진력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팠던 시간을 지나 무대에 섰을 때는 가족을 향한 감정이 북받쳐 오르기도 했다. 그는 “충남 부여 연꽃축제 무대에서 천가지를 부르던 순간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객석에 앉아 있던 아내와 가족을 바라보다 노래를 끝까지 잇지 못하고 눈물을 쏟았다”며 “아픈 동안 고생했던 아내가 눈앞에 보였고, 어릴 때부터 고생하신 어머니 생각도 났다. 아프고 나서 처음 가족들 앞에서 노래하는 자리라 감정이 깊어졌다”고 돌아봤다.
현재 안계범이 새롭게 선보이는 곡은 쎄쎄쎄다. 사건과 사고, 분쟁처럼 무거울 수 있는 소재를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노래로 풀어냈다. 그는 “누군가 진정한 중립에 서서 심판해 줄 수 있는 사람이 나타나면 좋겠다는 마음을 담았다”고 소개했다. 뮤직비디오에서는 심판복을 입고 5대5 가르마를 선보인다. 마지막에 딸과 함께 쎄쎄쎄를 하는 장면에는 다투더라도 결국 마주 보고 살아가는 사회인 만큼 어린 시절의 초심으로 돌아가 함께 어울리자는 의미를 담았다.
안계범은 자신의 노래를 두고 “솔직한 노래”라고 표현했다. 그는 “제 성격과도 잘 맞는다. 가사가 복잡하면 외우려고 하지 말고 편하게 들으시라고 한다. 공감하고 함께 즐길 수 있는 노래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3년 만에 발표한 신곡인 만큼 이번 활동에 거는 기대도 크다. 안계범은 “11년 차 가수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이번 앨범에 인생을 걸었다. 이렇게 좋은 곡을 만나기 쉽지 않다”며 “관광버스에서도 신나게 들을 수 있는 노래”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동안 행사 무대를 중심으로 활동해 왔지만 신곡 발표 이후에는 더 적극적으로 대중을 만날 계획이다.
그는 “내년 봄까지는 홍보를 많이 해야 한다. 매니저에게도 어디든 나가겠다고 이야기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어 “현장에서 바로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는 게 좋다. 모델로 활동할 때도 관객과 눈을 맞췄다. 노래는 관객과 함께 즐기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긴 시련을 지나 다시 노래할 수 있게 된 지금 안계범에게 무대는 그저 일터가 아니다. 가족에게 받은 사랑과 다시 주어진 시간을 노래로 돌려주는 자리다. 이번 신곡 쎄쎄쎄를 통해 더 많은 관객과 만나고 싶다는 그의 다음 무대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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