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신청한 태권도가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등재를 눈앞에 뒀다. 남북 공동등재를 추진해 온 한국은 사실상 뜻을 이루지 못한 채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국가유산청은 5일 유네스코 무형유산위원회 산하 평가기구가 북한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전통무술-태권도’에 대해 ‘등재 권고’ 판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최종 결정은 오는 30일부터 12월5일까지 중국 샤먼에서 열리는 제21차 무형유산보호협약 정부간위원회에서 이뤄진다. 평가기구의 등재 권고가 뒤집히는 사례는 드물어 북한의 단독등재가 유력하다.
남북은 2018년 씨름을 인류무형유산에 공동등재한 바 있다. 태권도 역시 같은 길을 걸을 수 있다는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북한은 2024년 3월 태권도 단독등재 신청서를 유네스코에 제출했다.
반면 한국은 올해 1월 공동등재 등을 추진하기로 결정하고 3월31일 ‘태권도: 한국의 도장 공동체 수련문화’라는 이름으로 신청서를 냈다. 이미 북한이 2년 먼저 움직인 상황이었다.
정부의 대응을 둘러싼 논란도 불거졌다. 국가유산청은 북한의 신청 사실이 알려진 2024년 8월 당시 정부 차원에서 남북 공동등재를 논의하거나 추진한 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후 공동등재를 추진했지만 남북 관계 등 현실적인 제약을 넘어서지 못했다.
허민 국가유산청장은 지난 2일 SNS를 통해 공동등재가 사실상 어렵다는 입장을 전했다. 유네스코의 공식 발표에 앞서 심사 결과를 공개한 것을 두고도 적절성 논란이 일었다.
늑장 대응이라는 비판이 이어지자 국가유산청은 4일 설명자료를 내고 북한이 2024년 단독등재를 신청했을 당시 이전 정부가 실효성 있는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이 아쉽다고 밝혔다.
그렇다고 태권도에 대한 권리가 북한에 넘어가는 것은 아니다.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은 특정 국가에 문화유산의 독점적 소유권을 부여하는 제도가 아니다. 북한이 먼저 등재하더라도 한국 태권도의 역사적·문화적 가치가 부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문제는 앞으로다. 정부는 북한의 등재가 확정되더라도 한국 태권도를 추가하는 ‘확장등재’ 또는 별도의 ‘단독등재’를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확장등재에는 북한과의 협의가 필요하고, 신규 등재와 마찬가지로 평가와 심사도 거쳐야 한다. 남북 관계가 경색된 상황에서 성사 가능성을 장담하기 어렵다.
북한은 태권도 등재가 확정되면 아리랑, 김치담그기, 씨름, 평양냉면, 조선옷차림풍습에 이어 여섯 번째 인류무형유산을 보유하게 된다. 이 가운데 씨름만 남북 공동등재 유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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