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표는 고영표였다. 상대의 끈질긴 공세에도 쉽게 흔들리지 않았다. 특유의 공격적인 투구에 위기관리 능력까지 빛났다. 프로야구 KT의 잠수함 에이스가 한국시리즈(KS·7전4선승제) 첫 등판에서 선발투수의 몫을 톡톡히 해냈다.
고영표는 4일 경기도 수원 KT 위즈파크에서 열리고 있는 삼성과의 2026 신한 SOL KBO KS 2차전에 선발 등판해 7이닝 7피안타 4탈삼진 무사사구 1실점으로 호투했다. 총 투구 수는 96개. 이 가운데 스트라이크가 71개로 무려 74%에 달했다. 적극적으로 스트라이크존을 공략하며 상대 타자들과 승부한 결과다.
쉽지 않은 상대였다. 고영표는 정규리그 삼성전 4경기서 3승1패 평균자책점 2.25로 강했다. 물론 가을야구는 또 다른 무대다. 삼성은 이날 고영표의 언더핸드 투구에 맞서 왼손 타자 7명을 선발로 배치했다. 박진만 삼성 감독도 경기 전 고영표의 높은 스트라이크존 투구를 고려해 파훼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출발은 산뜻했다. 1회초를 삼자범퇴로 마쳤다. 2회에는 선두 최형우에게 2루타, 이어 르윈 디아즈에게 3루타를 맞아 선취점을 내줬다. 그러나 이후 추가 실점 없이 이닝을 끝냈고, 3~5회에도 삼성 타선을 잠재웠다.
진가는 6회에 드러났다. 1사 후 구자욱과 최형우, 디아즈에게 연속 안타를 맞아 만루에 몰렸다. 한 방이면 균형이 무너질 상황. 고영표는 류지혁을 1루수 앞 땅볼로 유도했다. 1루수 김현수에서 포수 한승택, 다시 김현수로 이어진 병살 수비로 위기를 벗어났다. 고영표는 7회에도 세 타자를 깔끔하게 처리하며 자신의 임무를 마쳤다.
무엇보다 아쉬운 건 득점 지원이었을 터. KT는 4회 말 샘 힐리어드의 2루타와 허경민의 적시타로 1-1 동점을 만들었으나 추가 득점에는 실패했다. 고영표도 승패 없이 마운드를 내려왔다.
그래도 팀으로선 반가운 역투였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KT는 전날 1차전서만 불펜투수 5명을 투입했다. 하루 만에 다시 마운드에 올라야 하는 구원진의 부담을 덜어준 셈이다. 특히 6회 만루 위기를 넘긴 뒤 7회까지 책임지면서 불펜 소모를 최소화했다.
한편 KT와 삼성은 이날 7회 말 종료 기준 1-1로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수원=김종원 기자 johncorners@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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