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의 긴장은 필요하겠더라고요.”
꿈에 그리던 무대였지만 첫걸음은 뜻대로 풀리지 않았다. 그렇다고 고개를 숙이진 않았다. 프로야구 KT의 필승조로 성장한 김정운이 생애 첫 한국시리즈(KS·7전4선승제) 등판서 얻은 아쉬움을 뒤로하고 다음 출격을 준비한다.
김정운은 4일 수원 KT 위즈파크에서 열리는 삼성과의 KS 2차전을 앞두고 더그아웃에서 취재진과 만났다. 전날 1차전서 가을야구 데뷔전을 치른 그는 ⅓이닝 1피안타 1볼넷 1실점을 기록했다. KT가 8-0으로 앞서다 7회 대거 5점을 내주며 쫓기던 상황이었다. 결국 팀은 8-7로 승리했지만 김정운에게는 아쉬움이 남았다.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마운드에 올랐다. 다음 타자를 상대할 것으로 생각했으나 타석 도중 투입 지시를 받았다. 김정운은 “당황하긴 했지만 막상 올라가서는 제 공을 던지자는 생각뿐이었다”고 돌아봤다. 가장 아쉬운 건 첫 타자를 막지 못한 점이다. 그는 “(벤치에선) 뒤에 왼손 타자가 많아 한 타자만 깔끔하게 막아주길 바라셨을 텐데, 그러지 못했다”고 말했다.
의외의 깨달음도 있었다. 큰 무대인 만큼 긴장을 예상했지만 정작 마운드에선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김정운은 “긴장이 될 줄 알았는데 안 되더라. 오히려 그것 때문에 정신을 못 차린 것 같다”며 “좋은 긴장감은 집중력을 끌어올려 주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사실 가을 무대까지 오는 과정도 남달랐다. 선수 본인 역시 고개를 끄덕이는 대목이다. 시즌 초만 해도 KS 등판은 상상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후반기 들어 KT의 주요 불펜 자원으로 자리 잡았고, 마침내 생애 첫 가을야구 무대까지 밟았다. 김정운은 “제가 할 수 있는 걸 계속하려고 했다. 안 좋은 생각을 해봐야 좋을 게 없지 않나.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첫 등판을 마친 뒤에도 자신을 향한 믿음은 여전하다. 투구 내용 자체가 크게 나쁘지는 않았다는 판단이다. 동료들의 격려도 힘이 됐다. 김정운은 “못 던진 건 못 던진 거지만 팀이 이겼으니 크게 생각하지 않았다”고 웃었다.
오원석과 함께 박영현의 소방수 투구를 지켜보며 “형! 제발 막아줘”라면서 마음을 졸였던 기억도 환한 미소와 함께 꺼냈다.
시리즈는 이제 시작이다. 그가 다시 그리고 있는 장면은 분명하다. 위기에서 마운드에 올라 실점 없이 이닝을 마치고 팬들의 환호를 들으며 내려오는 모습이다. 김정운은 “처음이니까 넘어갈 수도 있겠지만, 처음이어도 잘 던져야 하는 게 맞다”며 “이제는 더 좋은 모습만 보여드리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수원=김종원 기자 johncorners@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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