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실수로 큰일 날 뻔했습니다.”
이겼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뒷문으로 향하는 다리가 크게 휘청였다. 결국 압도적인 리드가 턱밑 추격으로 이어졌다. 우승을 위해선 불펜 안정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남은 승부에서 마운드 재정비가 KT의 최대 과제로 떠올랐다.
첫 단추부터 어긋났다. 2차전 선발 후보였던 로건의 ‘깜짝 불펜’ 카드는 악수로 작용했다. 지난 3일 열린 한국시리즈(KS·7전4선승제) 1차전서 7회 초 무사 1루 상황에 등판한 로건은 무사 만루 위기를 자초했고, 실점 후 아웃카운트 단 하나만 잡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선발 카드 한 장을 허무하게 소모한 셈이다.
이강철 KT 감독은 자신의 실수를 솔직하게 인정했다. 이 감독은 “8-0이 되면서 순간적으로 다르게 갔다. 원래 생각했던 (오)원석이나 (손)동현이로 확실하게 끊고 갔어야 했다”며 “로건을 여유 있게 쓸까 하다가 미스가 나왔다. 내 실수로 큰일 날 뻔했다. 로건은 앞으로 선발로 돌릴 것”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불펜진의 연쇄 난조도 아쉬움을 남겼다. 김정운, 오원석으로 이어진 불펜진이 주자를 연달아 내보내며 실점을 키웠다. 정규리그 불펜 평균자책점 4.68(전체 4위)로 마운드의 허리를 든든히 지켰던 필승조의 모습이 아니었다. 3주간의 긴 공백 탓인지 정규리그서 보여줬던 날카로운 구위는 온데간데 없었고, 실전 감각도 떨어진 모습이었다. 이 감독은 “(김)정운이 때 준 2점이 아쉬웠다. 실점하면서 뒤에 나온 투수들도 더 긴장한 것 같다”고 털어놨다.
급한 불을 끈 건 마무리 박영현이었다. 박영현은 8회 1사 만루 위기에 조기 등판해 폭투로 1점을 내줬으나, 9회 세 타자를 연속 삼진으로 솎아냈다. 하지만 첫 경기부터 1⅔이닝 동안 22구를 던지며 멀티 이닝을 소화했다. 연투가 이어질 KS 특성상 체력 부담이라는 짐을 떠안게 됐다.
이 감독은 마운드 재정비에 대한 확고한 뜻을 전했다. 이 감독은 “원래 우완 손동현이 왼손 타자를 상대하기로 정해져 있었는데 그걸 바꾸면서 어긋났다. 투수진을 우리 방식대로 다시 정리하겠다”고 공언했다. 새로운 카드 발굴도 염두에 두고 있다. 이 감독은 “단기전에선 기운이 좋은 선수를 쓰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전용주를 한 번 써볼 생각도 있다”며 불펜 운용을 넓히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박영현의 과부하를 덜어주기 위해선 아껴둔 자원들의 헌신이 절실하다. 1차전에 올라오지 않았던 스기모토 코우키, 우규민 등 경험과 배짱을 갖춘 베테랑 투수들이 적극적으로 짐을 나눠 져야 마운드가 안정을 찾을 수 있다. 비록 과정은 아찔했지만 예방주사를 맞았다는 점은 위안이다. 이 감독은 “이겼기 때문에 이런 시행착오도 약이 될 수 있다. 후회 없이 투수 운용을 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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