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주연들이 시선을 모으는 사이 조연들이 승부를 흔들기도 한다. KT와 삼성의 한국시리즈(KS·7전4선승제), 선발 타선 밖에서도 치열한 방망이 싸움이 펼쳐진다.
프로야구 KT와 삼성은 4일 경기도 수원 KT 위즈파크에서 2026 신한 SOL KBO KS 2차전을 치른다. 두 팀은 정규리그 대타 타율서 나란히 1·2위에 올랐다. KT가 0.314, 삼성이 0.287로 3위 SSG(0.259)를 크게 앞섰다. 타점왕 샘 힐리어드(KT·139타점)와 타격왕 구자욱(삼성·타율 0.371)을 앞세운 두 팀은 벤치에도 위협적인 방망이를 갖췄다는 평가다.
실제로 삼성은 패배 속에서도 교체 카드의 힘을 확인했다. 지난 3일 시리즈 1차전에서 0-8로 뒤지다 7~8회 7점을 몰아쳐 한 점 차까지 추격했다. 최형우 대신 투입된 김성윤이 7회 안타와 8회 적시타로 힘을 보탰다. 그의 정규리그 대타 타율은 0.533(15타수 8안타)에 달했다. 오른손 대타로는 김헌곤(0.280·25타수 7안타)과 전병우(0.333·12타수 4안타)가 대기한다.
물론 대타 승부수가 매번 적중할 순 없다. 1차전 7-8로 뒤진 9회 초 1사, 삼성은 김도환 대신 전병우를 내세웠다. 상대는 KT 마무리 박영현. 전병우는 슬라이더에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고, 뒤이은 박승규도 삼진을 당했다. 팀의 주축인 3·4번타자 구자욱과 르윈 디아즈에게 타석이 돌아오지 않은 채 경기가 끝난 것이다.
한 타석의 무게는 경험 많은 대타에게도 가볍지 않다. 이정훈(KT)은 정규리그 63차례 대타로 나서 타율 0.320(50타수 16안타)을 마크, 대타 안타 리그 1위에 올랐다. 그조차 시즌 중 “한 번 나가서 치는 게 어렵긴 하다. 못 치면 나 때문에 지는 것 같은 부담감도 있다”고 털어놨을 정도다.
살얼음판 위 중압감을 다스리는 법도 자연스레 터득했다. 이정훈은 “빨리 잊어버리려고 한다”고 했다. 한 번의 결과에 매달리기보다 다음 기회를 준비하는 데 집중한다. 더그아웃과 실내 타격장을 쉼 없이 오가며 배트를 휘두르고, 자신이 투입될 시점과 그때 마주할 투수를 머릿속에 그리며 미리 타이밍을 맞춘다. 그는 “코치님이 찾게 될 때면 항상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언제 찾아올지 모를 한 타석을 위해 상대와 상황까지 예측하는 것. 대타 스페셜리스트로서 쌓아온 노하우다.
한편 KT의 대타 전력은 이정훈이 전부가 아니다. 오윤석(0.412·17타수 7안타)과 류현인(0.313·16타수 5안타) 등도 정규리그에서 제 몫을 했다. KS 1차전에서는 베테랑 장성우가 대타로 나서 볼넷을 골라냈다.
대타 한 장을 꺼내는 데도 치밀한 계산이 필요할 터. 상대 불펜의 움직임은 물론 교체 이후 수비까지 고려해야 한다. 가을야구 최종장에 선 이강철 KT 감독과 박진만 삼성 감독, 두 사령탑의 지략 대결에 시선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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