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우의 멘탈 퍼포먼스] 신나영의 성공 비결 ‘의도적인 행동’

사진=FAphoto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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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영(브루클린FC)은 미국 여자축구 1부 USL 슈퍼 리그에서 2년째 활약 중이다. 신 선수를 생각하면 사자성어 ‘새옹지마’가 떠오른다. 인생은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다는 말이 정말 맞는 것 같다. 신 선수의 성장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가정 형편이 좋지 않았기에 어려움도 참 많았다. 하지만 이러한 역경을 뚫고 꿈을 이룰 수 있었던 원동력은 ‘의도적인 행동’에 있었다고 생각된다.

 

신 선수와의 인연은 대덕대학교에서부터 이어졌다. 필자의 수업을 신 선수가 수강하면서 처음 알게 됐다. 항상 궁금한 것이 많았고 미래에 대한 걱정과 고민이 가득했던 학생으로 기억한다. 질문의 난이도도 높았다. 당시 필자가 신 선수와 대화하면서 놀란 부분은 다른 학생들과 생각의 수준이 다르다는 점이었다. 예를 들면, 다른 여자축구부 학생들은 WK리그에 진출하는 것을 목표로 했지만 신 선수는 먹고사는 문제를 목표로 했다. 조금 더 현실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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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선수는 대학 시기에 목표를 2개로 나눠서 집중했다. 첫 번째 목표는 WK리그에 진출하는 것, 두 번째는 대학 편입을 통해 4년제 대학에 가는 것이었다. 먹고사는 문제가 달렸기에 목표가 구체적일 수밖에 없었다. 그만큼 시간 활용도 잘했다. 대학 시절 각종 대회와 리그 경기에 참여하느라 바쁜 와중에 전문체육지도자 자격증을 취득했다. 신 선수는 나중에 체육회에서 일을 하고 싶어 자격증을 취득했다고 말했지만 필자는 그 이상이라고 생각한다. 마인드셋이 우수하지 않으면 절대 할 수 없는 일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신 선수는 당시에 대한민국에서 여자축구 선수로 살아가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던 것 같다.

 

대학 졸업 후 WK리그 드래프트를 통해 서울시청에 입단한다. 신 선수는 신인 때부터 WK리그 21경기 중 19경기에 출전할 정도로 두각을 나타냈다. 절실함이 반영된 성과다. 매일 밤마다 줄넘기와 코어 운동을 하며 심기일전을 했다고 한다. 이내 현실의 벽에 부딪치게 된다. 당시 신 선수의 급여는 최저 입금이었다. 생활고를 겪었다. 신 선수는 시즌 종료 후 결국 축구를 그만두게 된다. “일반 직장에 다녀도 당시 (연봉)보다 더 많이 벌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이후에 다양한 진로를 모색하고 준비를 했던 것 같아요.” 신 선수는 체육에 관련된 직장에 들어가기 위해 준비를 했고 틈틈이 각종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계를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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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기는 신 선수에게 중요한 터닝 포인트가 됐다. “진로를 바꾸기 위해 노력하던 중 제가 축구를 정말 사랑하고 이를 내려놓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됐던 것 같아요.” 신 선수는 ‘지금’ 축구를 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기량 향상을 통해 더 나은 대우를 받겠다고 다짐했다. 실제 이 시기에 신 선수는 필자의 연구실까지 한걸음에 달려와 고민 상담을 할 정도로 신중함을 보였다. 신 선수의 고민은 구체적이었고 이에 대한 판단과 결정도 세밀하게 설정해놓은 상태였다. 필자는 신 선수를 지지했고 스스로 용기를 가질 수 있도록 다양한 사례를 공유했다. 필자는 이 시기에도 다른 여자축구 선수들과 많이 다르다고 느꼈다.

 

신 선수는 우여곡절 끝에 창녕WFC 팀에 들어가게 된다. “창녕에서 뛸 때 행복했어요. 기량을 향상시킬 수 있었고, 무엇보다 꿈을 키울 수 있어서 정말 좋았어요.” 신 선수의 절실함이 이전 보다 더 커졌고, 노력의 빈도와 강도도 더 높였다. 매일 오전 저강도 러닝을 뛰었고 밤에는 웨이트 트레이닝을 통해 민첩성과 파워를 키웠다. 경기를 거듭할수록 기량은 일취월장 했다. 자신의 정체성을 찾게 된다. 신 선수는 당시 코칭스태프와 선수단의 도움이 상당히 컸다고 말한다. “코칭스태프는 따뜻했고 선수들과는 정을 나눌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간이었다고 생각해요.” 신 선수는 창녕WFC 팀에서 2년간 활약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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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량이 무르익자 좋은 기회가 찾아왔다. 화천KSPO으로부터 이적 제안을 받게 된다. 신 선수는 팀을 이적한 후 단비 같은 역할을 소화하게 된다. 팀에 훌륭한 선수들이 많았기에 주연보다는 조연의 역할을 수행했고, 그라운드에서 희생정신을 적극 발휘했다. 좋은 선수들과 환경이 뒷받침되면서 축구에 대한 이해도가 자연스럽게 높아졌다. 시간이 지날수록 팀의 주축 선수로 성장했다. 생활 형편도 이전 보다 나아졌다. 그러던 중 뜻하지 않은 좋은 제안을 받게 된다. 화천에서 1년 반 정도 뛰었을 때의 일이다. 한 지인으로부터 미국 진출에 대한 제안을 받게 된다.

 

신 선수는 머리가 복잡했다. 힘든 시간을 잘 이겨내고 이제 WK리그에서 자리를 잡은 상황이었다. 새로운 도전을 외치기 쉽지 않았다. 한국에서 안정적으로 선수 생활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졌다. 반면, 미국에서는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해야 했다. 열의 아홉은 한국에서의 안정을 선택하지 않을까. 신 선수는 달랐다. 심사숙고 끝에 미국 진출을 선언한다. 당시 팀의 수장이었던 강재순 감독 역시 신 선수의 도전을 지지했다. 대승적 차원에서 보내주기로 약속했다. 신 선수가 그동안 발휘한 노력과 헌신이 좋은 기회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미국 진출은 국가대표 출신이 아닌 이상 제안을 받는 것조차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신 선수는 당시 국가대표 이력이 없었고 연령별과 유니버시아드 대표 경력이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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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선수의 미국 진출은 목표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나중에 지도자로서의 꿈이 있기에 한국보다 나은 환경에서 축구를 잘 배우고 싶었다. 나아가 언어적인 차별성을 갖출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유소녀 선수들에게 국가대표 출신이 아니어도 미국 진출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하는 마음도 있었다. 꿈과 용기를 주고 싶었다. 신 선수는 미국 렉싱턴SC 팀으로 이적한다. 미국 프리시즌을 경험하며 미국 축구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했다. “한국보다 스피드가 빠르고 몸싸움의 강도가 달랐어요. 한국은 약속된 플레이가 주라면 미국은 자유롭게 플레이를 했어요. 특히, 다이렉트 롱 플레이가 많았어요.” 신 선수는 미국 프리시즌에서 고전했다.

 

신 선수는 빠른 팀 적응을 위해 의도적인 행동을 실천했다. 팀 선수들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영상 분석을 통해 수비 반응과 판단, 크로스와 컷 백에 대해 공부를 했다. 신 선수는 빠른 수비수가 아니기 때문에 똑똑한 플레이를 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궁금한 부분이 있으면 팀의 전술 코치를 직접 찾아가 작전판을 놓고 질문했다. 의견을 공유했다. “이곳에서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썼던 것 같아요. 저는 다시 돌아갈 팀이 없었어요. 제 자신을 계속 벼랑 끝으로 내몰았던 것 같아요. 살아남기 위해서요.”

 

사진=렉싱턴S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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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동료들과의 친밀도도 신경을 썼다. 처음에는 팀 동료들이 신 선수를 경계하고 어려워했다. 이를 눈치 챈 신 선수는 의도적으로 팀 동료들에게 다가갔다. 팀 훈련이 끝나면 동료들과 식사를 같이 했고 언어적인 부분은 스마트폰을 이용해 자신의 생각을 전달했다. 경기 전날에는 동기부여가 될 수 있는 내용들을 공책에 직접 적어 팀 동료들에게 공유했다. 경기 당일 선수 대기실 칠판에 “어떻게든 이기자”라고 직접 작성도 했다. 팀에 대한 애정이었다. 이러한 신 선수의 의도적인 행동은 팀 선수들이 패스를 믿고 줄 수 있는 관계로 발전하게 된다. 진심이 담긴 말과 행동은 미국에서도 통했다.

 

미국에서 경기를 꾸준히 뛰게 되면서 기량은 더 좋아졌다. 난이도가 높은 무대에서 경험을 쌓았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였다. 롱 플레이에 대한 적응과 뒷공간에 대한 대처, 빌드업을 통한 경기 운영, 상대와 부딪쳐야 하는 타이밍 등에서 깨우치게 된다. 신 선수는 이 시기에도 초심을 잃지 않았다. 적절한 긴장감을 유지했고 높은 동기로 간절함을 만들었다. 그러던 중 또 한 번 놀라운 소식을 듣게 된다. 2025년 2월10일 대한민국 여자축구 A대표팀에 발탁됐다. 미국 진출 8개월 만에 얻은 성과다. “처음에는 안 믿었어요. 꿈만 같았고 그동안 ‘국가대표가 될 수 있을까’ 고민은 했지만 실제로 발탁되니 놀라웠어요. 간절하게 노력하면 꿈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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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선수는 렉싱턴SC에서 2년간 활약 후 현재 브루클린FC에서 뛰고 있다. 집요함과 치밀함이 만든 성과라고 생각된다. 신 선수는 어린 유소녀 선수들에게 진심 어린 조언도 남겼다. “노력은 재능이라고 생각해요. 또 노력하는 선수는 재능이 뛰어난 선수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해요. 물론 시간이 오래 걸릴 순 있겠지만 끊임없이 나아간다면 좋은 성과를 만들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신 선수는 자신의 성장 과정을 통해 유소녀 선수들이 자신감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신 선수는 대학 시절부터 생각의 수준이 남달랐다. 미국에 진출하기까지 숱한 어려움과 고비를 마주해야 했지만 그때마다 의도적인 행동을 통해 자신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었다. 추가적으로 신 선수의 꾸준한 노력은 간절함을 키웠고 꿈을 이루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생각된다. 필자는 신 선수가 앞으로 대한민국 여자축구에 중요한 귀인이 되길 기대한다.

 

사진=브루클린F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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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상우 박사, 정리=이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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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진 기자 hjlee@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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