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건축의 1세대 건축가 김중업(1922~1988)과 근대건축의 거장 르 코르뷔지에(1887~1965)의 운명적인 만남을 조명한 사진전 ‘대화: 두 건축가의 운명적 만남’이 오는 11월 8일 앵콜 전시로 다시 막을 올린다고 3일 밝혔다.
이번 전시는 2025년 11월 한·불 수교 140주년 기념 공식 전시로 선정돼, 김중업의 대표작인 주한프랑스대사관(1962)과 말년의 작품인 연희동 주택(1986, 현 연희정음)에서 동시에 개막한 바 있다. 건축물 자체를 전시 공간이자 작품으로 활용한 구성으로 주목받았으나 주한프랑스대사관 전시는 특별 초대 관람으로만 운영돼 일반 관람객에게는 접근 기회가 제한적이었다.
이번 앵콜전은 당시 전시를 관람하지 못했던 관객들도 두 건축가의 건축 세계와 예술적 교류를 만날 수 있도록 기획됐다. 앵콜 건축사진전은 오는 11월 8일부터 2027년 3월 8일까지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행궁동에 위치한 ‘퍼스트커피랩 행궁’ 1·2층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전시는 1952년 9월 베네치아에서 열린 유네스코 주최 ‘국제예술가회의’에서 시작된 두 건축가의 인연을 출발점으로 삼아 구성된다. 당시 르 코르뷔지에를 만난 김중업은 같은 해 파리 아틀리에에 합류해 1955년까지 건축 실무를 익혔다. 이후 귀국한 그는 모더니즘 건축의 원리를 한국적 공간 감각과 정신성으로 재해석하며 독자적인 건축 언어를 발전시켰다. 그 결실 중 하나인 주한프랑스대사관은 프랑스의 현대적 합리성과 한국적 공간 전통이 조화를 이루는 대표적인 작품으로, 두 건축가의 만남이 남긴 건축적 의미를 보여준다.
김중업의 건축 세계는 한국을 대표하는 건축사진가 김용관의 렌즈로 기록됐다. 김용관은 진해 해군공관, 주한프랑스대사관, 부산대학교 인문관, 경남문화예술회관 등 김중업의 대표작을 촬영했다. 이를 통해 건축물의 구조와 조형미는 물론, 시간의 흐름에 따라 건축물이 변화하고 퇴적되는 과정을 담아냈다. 특히 1968년 완공 이후 군사시설이라는 특성상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던 ‘진해 해군공관’의 사진도 이번 앵콜 전시에서 다시 공개된다. 해당 작품은 2025년 전시를 통해 처음 소개된 바 있어 더욱 눈길을 끈다.
르 코르뷔지에의 건축은 프랑스 사진가 마누엘 부고의 시선으로 조명된다. 2009년부터 르 코르뷔지에의 인도 작업을 기록해 온 그는 찬디가르의 의회와 법원, 사무국으로 이어지는 캐피톨 콤플렉스를 오랜 시간 촬영하며, 건축의 물성과 빛, 그늘이 만들어내는 공간의 리듬을 포착했다. 찬디가르는 김중업이 르 코르뷔지에와 함께 도면 작업에 참여했던 장소이기도 하다. 이처럼 두 사진가의 작업은 한국과 프랑스, 기록과 창조가 교차하는 한 편의 대화로 이어진다.
이번 앵콜전의 무대는 유네스코 세계유산 수원화성과 화성행궁이 자리한 행궁동의 대형 카페 ‘퍼스트커피랩 행궁’에서 열린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서울의 주한프랑스대사관과 연희동 주택에서 시작된 건축적 대화가 수원의 역사적인 공간으로 이어지는 셈이다. 일상적인 공간인 카페 1·2층에 두 사진가의 작품을 배치해, 관람객이 커피 한잔과 함께 단순히 건축을 ‘보는 것’을 넘어 ‘기억하고 머무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관람은 매일 오전 10시부터 가능하다. 마감 시간은 일요일부터 목요일까지는 자정, 금요일과 토요일은 다음 날 오전 1시까지 운영된다. 이에 퇴근 후 평일 저녁이나 주말 행궁동 나들이 일정에 맞춰 여유롭게 관람할 수 있다. 티켓은 티켓링크 등 온라인 예매처와 현장 키오스크를 통해 구매할 수 있다.
전시 관계자는 “쿠움파트너스와 사티가 주최·주관하는 이번 앵콜전은 한·불 수교 140주년을 기념해 마련됐던 전시의 의미를 더 많은 관객과 나누기 위해 기획됐다”며 “김중업과 르 코르뷔지에가 맺었던 인연을 두 사진가의 시선으로 따라가다 보면 건축이 시대와 국가를 넘어 어떻게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새로운 공간적 언어로 발전하는지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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