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이나 허리 통증으로 병원을 찾았다가 MRI 검사에서 디스크가 돌출됐거나 척추관이 좁아졌다는 설명을 들으면 수술부터 걱정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영상검사에서 이상이 확인됐다고 해서 반드시 수술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디스크나 척추관의 퇴행성 변화가 있어도 별다른 증상이 없는 경우가 있으며, 통증이 있더라도 비수술적 치료를 통해 호전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척추질환의 치료 방향은 MRI에서 확인되는 병변의 크기나 형태만으로 결정하기 어렵다. 같은 정도의 디스크 탈출이나 척추관협착증이 있더라도 환자마다 통증의 양상과 신경 압박에 따른 증상, 일상생활에서 겪는 불편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술 여부를 판단할 때는 영상검사 결과와 실제 증상이 일치하는지부터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표적으로 허리디스크는 탈출한 디스크가 신경을 자극하거나 압박하면서 허리 통증뿐 아니라 엉덩이에서 다리로 이어지는 방사통이나 저림을 유발할 수 있다. 목디스크 역시 목과 어깨의 통증 외에 팔이나 손으로 뻗치는 통증, 감각 이상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반면 영상검사에서 디스크가 돌출된 것으로 확인되더라도 해당 부위와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이 일치하지 않는다면 다른 원인을 함께 살펴야 한다.
통증의 원인이 명확한지도 중요한 판단 기준이다. 목이나 허리가 아프다는 이유만으로 영상검사에서 발견된 병변을 통증의 원인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근육이나 관절의 문제, 말초신경질환 등 다른 원인이 관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필요한 경우 반복적인 신경학적 진찰과 추가 검사를 통해 증상의 원인을 확인해야 한다.
수술을 고려하는 단계에서는 기대할 수 있는 치료 효과와 한계도 충분히 살펴야 한다. 신경 압박으로 인한 팔·다리의 방사통이나 기능장애는 수술로 개선될 수 있지만, 모든 목·허리 통증이 수술 후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특히 통증이 오래 지속됐거나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경우에는 수술 이후에도 일부 증상이 남을 수 있다.
환자의 전반적인 건강 상태 역시 치료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 흡연이나 조절되지 않는 당뇨병, 영양 상태 불량, 골다공증 등은 수술 후 회복과 합병증 위험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수술 전 적절한 관리가 필요하다. 이미 척추 수술을 받은 환자가 재수술을 고려하는 경우라면 현재 증상을 유발하는 구조적 문제가 명확한지, 재수술을 통해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인지 더욱 신중하게 평가해야 한다.
만성 통증 환자에서는 수면장애나 우울감, 불안 등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요인은 통증을 느끼는 정도와 치료 후 회복 과정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정서적인 문제가 동반됐다는 이유만으로 신체적 통증을 가볍게 여기거나 필요한 수술을 배제해서는 안 된다.
반대로 수술 없이 치료를 먼저 고려할 수 있는 경우도 많다. 팔이나 다리의 근력 저하 등 뚜렷한 신경학적 이상이 없고 통증이 비교적 경미한 경우, 증상이 발생한 지 오래되지 않았거나 비수술 치료에 반응을 보이는 경우 등이 대표적이다.
비수술 치료에는 약물치료와 운동·재활치료, 활동량 조절, 필요에 따른 주사치료 등이 있다. 환자의 증상과 신체 상태에 맞춰 치료 방법을 선택하고, 통증과 신경 기능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확인하면서 치료 계획을 조정할 수 있다.
다만 모든 척추질환에서 비수술 치료를 우선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팔이나 다리의 힘이 점차 약해지거나 감각 이상이 심해지는 경우에는 신경 손상 여부를 신속하게 확인해야 한다. 특히 소변이나 대변 조절에 이상이 생기고 항문 주변 감각이 둔해지는 증상은 마미증후군과 같은 응급질환의 신호일 수 있어 즉시 진료를 받아야 한다.
목 부위의 척수가 압박되면서 걸음걸이가 불안정해지거나 손동작이 점차 서툴러지는 경우도 주의해야 한다. 단추를 잠그거나 젓가락을 사용하는 동작이 어려워지는 증상은 경추 척수증과 관련될 수 있어 빠른 평가가 필요하다. 이 밖에 심한 신경 압박으로 일상생활이 지속적으로 제한되거나 척추 불안정성, 감염, 종양, 골절 등이 확인되는 경우에는 수술적 치료를 적극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
결국 척추 수술은 영상검사에서 이상이 발견됐다는 이유만으로 결정하거나 무조건 피해야 할 치료로 생각하기보다, 환자의 증상과 신경 기능, 치료 경과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수술을 통해 개선할 수 있는 증상과 예상되는 위험, 비수술 치료의 가능성 등을 충분히 확인하고 의료진과 치료 목표를 공유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고도일병원 고도일 병원장은 “MRI를 수술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를 치료해야 한다”며 “수술의 목적은 사진 속 이상을 없애는 데 그치지 않고, 환자의 신경 기능과 일상생활을 실제로 나아지게 하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척추 수술은 무조건 피해야 할 대상도, 서둘러 결정할 대상도 아니다”며 “꼭 필요한 순간에는 지체하지 않고, 그렇지 않을 때는 충분히 평가한 뒤 환자와 함께 치료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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